['특검 105일'종료]90억어디로…아태재단 수사 불가피

  •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4분


25일 수사 활동을 끝낸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특별검사팀은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용호씨 사건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의혹도 모두 공개했다.

특히 김성환(金盛煥)씨의 차명계좌에서 90억원대의 자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과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의 집에서 압수된 ‘언론개혁’ 관련 문건 등이 공공기관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을 언급,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련기사▼

- 90억입금 일부 亞太관계자에 유입
- 차정일 특검팀 문답
- [사설]亞太재단 의혹수사가 핵심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 방향과 기밀’이 미리 공개된 셈인데 그만큼 ‘다른 생각’의 여지가 없이 앞만 보고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특검팀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김성환씨 차명계좌 의혹〓특검팀은 6개의 김성환씨 차명계좌에 흘러 들어간 90억여원 가운데 특히 10억여원이 ‘비정상적인’ 자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반적인 거래자금일 경우 모(母)계좌에서 출금돼 사용할 때까지 일주일 남짓 걸리는 게 보통인데 문제의 10억여원은 수표로 출금된 뒤 6개월∼1년이 넘게 지나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계좌에서 거액을 수표로 인출해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는 얘기이며 따라서 이 돈은 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자금의 출처와 명목, 계좌의 실제 소유주와 사용처 등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언론문건과 수사기밀 유출 의혹〓특검팀은 언론문건 자체에는 작성일시나 작성자 작성기관 등이 적혀 있지 않지만 그 내용으로 미뤄볼 때 공공기관에서 작성돼 이수동씨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6일 이수동씨가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뒤 11월9일 출국했고 그 시기를 전후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및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과 수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을 새로 밝혔다.

그러나 김 고검장은 “통화명세 조회 결과 통화시간은 30초 내외로 아주 짧은 것으로 나왔다”며 “그 짧은 통화에서 수사 내용을 알려줄 수도 없고 더구나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나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 전망〓김성환씨의 90억원대 차명계좌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급선무다. 특히 이 돈이 김홍업(金弘業)씨와 아태재단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전면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태재단에 대한 전면 수사는 그 파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선까지 미칠 수도 있다.

검찰은 도피중인 김성환씨의 검거에 주력하면서 자금 출처와 사용처, 김홍업씨 및 아태재단의 관련 여부를 가리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 간부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 이수동씨의 국정 개입 의혹, 김영준(金榮俊) 전 대양금고 소유주를 통한 이용호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검찰은 일단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너무 낮은데다 특검팀이 큰 성과를 거둔 뒤여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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