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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1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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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속도로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경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원은 “중앙고속도로에선 단속하기가 겁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완전 개통된 중앙고속도로가 ‘공포의 질주구간’이 되고 있다. 특히 충북 단양의 죽령터널에서 서안동까지 50㎞ 구간은 툭트인 직선도로에다 무인속도측정기 한 대 없어 운전자들이 과속을 일삼고 있다.
10일 오후 4시 경북 영주시 풍기읍 중앙고속도로 하행선. 충북 단양쪽에서 죽령터널을 빠져나온 차들은 자동차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질주했다. 주행차로를 120∼130㎞로 달리는 차량을 추월차로로 휙 소리를 내며 지나쳤다. 이런 경우 속도는 150㎞ 이상이라고 경찰은 말했다.
터널 안에서도 속도를 줄이는 차는 거의 없다. 죽령터널에서 5㎞ 정도 아래쪽에 있는 봉현터널 안에서도 터널밖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통과했다. 최고제한속도 100㎞와 주행선 추월선을 알리는 표시는 무용지물. 금호분기점까지 130㎞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급제동 바뀌 흔적도 그대로 방치돼 있어 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죽령터널에서 서안동까지 50㎞ 구간에는 무인과속단속기가 한 대도 없을 뿐아니라 경광등을 켠 경찰순찰차도 없었다. 낙동강휴게소는 휴식장소라기 보다는 긴장을 푸는 곳이다. 강원도 양양에 산다는 한 가족은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됐다기에 처음 운전을 해보는데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려 내내 긴장했다”며 “다른 차들이 전부 빨리 달려 덩달아 과속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중앙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 뿐이다.
현재 설치돼 있는 무인과속단속기는 상행선 2대, 하행선 3대가 전부. 현재까지 과속으로 단속된 차량은 5000여대로 대부분 150㎞로 과속하다 적발됐다. 개통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51건으로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중앙고속도로를 관할하는 경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도 인원이 부족해 과속 단속이 어려운 실정. 현재 중앙고속도로에 배치된 순찰차는 3대로 1대당 순찰거리가 상하행선 80㎞나 된다.
고속순찰대원들은 “순찰구간이 너무 길어 운전자들이 순찰차를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사고가 잠복하는만큼 운전자들이 서로 속도를 줄이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박형경(朴炯坰) 경비교통과장은 “우선 죽령터널 부근에 무인단속기 2대를 빨리 설치할 예정”이라며 “고속순찰대 순찰차를 증차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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