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게이트]아태재단에 ‘검은 돈’ 흘러갔나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37분


아태평화재단 전 상임이사 이수동(李守東)씨가 지앤지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수동씨가 이용호씨의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밝혀낸 사실은 이용호씨의 돈 5000만원이 2000년 3월 말 이수동씨에게 건네졌다는 것. 당시 이용호씨는 자신의 계열사인 인터피온 사외이사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도승희(都勝喜)씨와 함께 이수동씨를 찾아가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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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우선 이수동씨가 여권 핵심부와 아태재단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40여년 동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이른바 ‘집사’로, 아태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와 함께 재단 운영을 도맡아왔다.

게다가 이수동씨가 이용호씨의 돈을 받은 시기는 4·13 총선 직전이었다. 이용호씨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미리 여당 정치인들에게 ‘보험금’ 형식의 정치자금을 지원했고, 이수동씨가 그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수동씨 연루 의혹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도 제기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용호씨가 2000년 1월 리빙TV의 경마중계권 독점 인수 과정에서 전 한국전자복권 사장 김현성(金炫成·해외도피중)씨의 소개로 이수동씨를 만나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현성씨는 이용호씨에게 30억원의 회사자금을 불법 대여해주고 그 대가로 13억9000만원을 받았으며, 이 돈도 아태재단에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와는 별도로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아태재단 후원회 운영위원이자 김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를 통해 이용호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중단 압력을 요청한 사실도 특검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 김홍업씨의 또 다른 측근인 이철성 전 KBS 라디오 편성부장이 이용호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고 5억원이 들어있는 이용호씨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수동 김성환 이철성씨가 김홍업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모두 아태재단과 일정 부분 연관돼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특검팀의 수사 초점은 이수동씨가 이용호씨에게서 받은 돈이 아태재단으로 유입됐는지와 이수동씨가 5000만원 외에 추가로 이용호씨 돈을 받았는지를 밝히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이용호 게이트’가 ‘아태재단 비리’로 확대되는 등 파문이 확대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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