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학이 몰려온다"…한국 유학생 적극 유치나서

  • 입력 2002년 2월 20일 16시 32분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중유학개발원의 중국 칭화(淸華)대 진학예비반 수업시간. 올해 고교를 졸업한 10여명이 강사의 발음을 따라 하며 중국어 기초회화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바로 옆 강의실에는 중국 런민(人民)대 진학반 학생 20여명이 중국어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칭화대 진학예비반 김모군(19·서울 K고 졸업)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250점대여서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며 “국내 지방대보다는 중국어라도 확실히 배우려고 중국 유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붐’이 일면서 중국 대학들이 입학시험 면제, 기여입학제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국내 고교 졸업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고교생을 잡아라〓칭화대는 올해 3월부터 한국에서 40학점을 딴 뒤 내년에 본교의 외국인 대상 중국어과 2학년에 진학하는 유학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신입생 200여명을 모집할 예정인데 벌써 고교 졸업생 70여명이 등록했다.

중국 베이징롄허(北京聯合)대는 국내에 사이버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법학 경제학 중문학 역사학 등 4개 학과에서 700여명을 이달 말까지 선발한다. 고교생 50여명이 입학 신청을 했고 문의가 많아 이달 말 두차례 입학설명회도 계획하고 있다.

또 일부 대학은 ‘시험 없이 입학시켜 준다’며 기부금을 요구하거나 중국 명문대 입학을 알선해 주고 5000여만원의 커미션을 받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중국 선양(瀋陽)공대는 지난달부터 수도권의 10여개 고교를 돌며 기부금 입학생 300여명을 모집하고 있다. 중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한어수평고사(HSK) 6∼8급 정도의 어학실력과 대학별 본고사도 쳐야 하지만 이 대학은 수업료와 1인당 350만원의 기부금을 내면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입 정시모집 등록이 마감된 뒤 입학 문의가 하루 40∼50건이나 들어오고 고교 졸업자 90여명이 이미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한중유학개발원 김정준(金正俊) 이사는 “최근 중국 대학들이 자국 학생들보다 5∼6배의 수업료를 내는 한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라며 “대학의 교육여건과 졸업 후 진로 등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 역조 심화〓중국 대학들이 한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데 비해 국내 대학들의 중국인 유학생 유치 실적은 저조하다.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99년 9204명에서 지난해 1만6372명으로 77.8%나 늘었지만 중국에서 한국 대학으로 유학온 학생은 99년 1882명에서 지난해 3000여명으로 늘어 양국간의 ‘유학생 역조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인 유학생 유치 실적이 저조한 것은 비자발급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 지난달 충남 M대가 중국 선양(瀋陽)과 산둥(山東)에서 개최한 유학설명회에 400여명이 몰렸지만 비자발급 기준을 고려해 선발된 신입생은 10명에 불과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은 1만달러가 예치된 통장 사본을 제출하고 한국 내 신원보증인 등을 확보해 출입국관리소의 비자발급인정서를 받아야 비자가 나온다”며 “중국 정부기관 등과 협력해 중국인 유학생의 신원보증 문제 해결 방안 등을 강구하도록 대학에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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