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없어요"…중고교 개교 앞두고 곳곳 아직도 공사중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58분


《다가오는 신학기에 중고등학생들이 인근 초등학교 등에서 수업을 받아야 할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며 빚어진 것으로 올해 개교는 하지만 교실이 미처 완공되지 않아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수업해야 하는 ‘건물 없는 학교’가 전국에서 15개교에 이른다.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라 250여개 학교가 올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착공됐지만 사업목표에 따른 개교 일정만 앞세우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태〓다음달 개교하는 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호곡중학교의 경우 아직 공사 중이다.

지난해 8월 착공한 이 학교의 건물은 5층으로 지어져야 하는데 현재 3층 외부공사까지만 마무리된 상태다.

5층까지의 완공은 8월에나 가능하지만 교육청은 급한 대로 3층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신입생을 받은 뒤 이후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개학시기에 맞춰 3층 건물도 완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이 학교에 배정받은 350여명의 학생들을 인근 호곡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처지다.

건물 완공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개교만 서두르다보니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학생’을 만든 셈이다.

아직 공사 초기 단계이지만 서류상으로는 3월에 개교하는 울산 굴화고 신입생들도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 1년 동안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역시 3월에 개교하는 전남 순천제일고도 같은 이유로 1년여 동안 남의 학교에서 수업을 해야 할 처지.

광주 풍영초등학교도 올 6월에야 공사가 끝나 그동안 신입생들은 다른 학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하며 전북 전주 솔내고교는 아직 건물공사를 착공조차 하지 않아 역시 인근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처지의 학교는 전국에 15개교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여건 개선사업〓교육부는 작년 7월 2004년까지 초등학교 594개교, 중학교 363개교, 고등학교 245개교 등 모두 1202개 학교를 짓도록 매년 예산을 투입하고 학급당 인원을 초중고교 모두 35명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 따라 지난해 250여개 학교가 교사 신축공사에 들어갔으며 올해는 255개 학교가 공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공사를 마치지못해 서류상 개교일 뿐 실제로는 더부살이 하는 학교를 만들어내 사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비록 다른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지만 학급 정원이 대폭 낮아진 상태이고 해당 학교의 교육시설을 대폭 지원해 학생들의 수업에는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또 무리하게 공사일정을 앞당기거나 일부 시설만 완공해 개교할 경우 학생들이 학기 내내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게 돼 이 같은 더부살이가 현실적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학급과밀화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정부 사업이 다소 촉박한 일정으로 추진돼 일부 학교에서 더부살이하는 현상이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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