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전 수석 5일 소환조사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2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4일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이용호씨에 대한 조사에 항의하며 선처를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연결시켜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을 5일 오전 10시에 소환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이용호씨와 김 전 단장을 함께 불러 김 전 단장이 출국 금지된 지난해 8월경 신승남(愼承男) 당시 검찰총장과 이헌재(李憲宰)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식에 합석한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팀은 특히 이용호씨가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게 6666만원을 송금한 뒤 김 전 단장을 당시 모임에 보내 금융감독원 조사와 대검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넣었는지를 추궁했다.

이용호씨는 “김 전 단장이 나를 위해 이근영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김 전 단장은 “회식에 참석한 기억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에 대한 서면 또는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김 전 단장의 로비 및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이형택씨도 불러 지난해 9월 이용호씨 구속 직후 검찰 수사 대책을 논의하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추궁했다.

한편 특검팀은 금감원 감리위원인 모여대 회계학과 김모 교수(45·여)와 김 교수의 여비서 홍모씨(31)가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구속)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기록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날 특검팀에서 “김영준씨의 도피를 돕거나 증거를 은닉하지 않았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불법 주식거래 등을 통해 KEP전자에 302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김영준씨를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60일)이 8일 종료됨에 따라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해줄 것을 김 대통령에게 신청하기로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