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용주골‘윤락天國’오명…1년새 업소 23곳 늘어 최악

  • 입력 2002년 2월 4일 16시 08분


‘24시간 청소년 출입금지구역.’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에 소규모 점포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어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일대에는 이 같은 입간판이 곳곳에 있다. 이곳이 수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윤락가인 속칭 ‘용주골’이기 때문.

이 곳에는 1953년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윤락업소 10여곳이 처음 들어선 뒤 수년 전부터 경찰의 단속 등으로 ‘된서리’를 맞은 서울 미아리와 천호동 등지의 윤락녀들이 몰려들고 있다. 경찰은 이곳의 윤락녀가 지난해 초 104개 업소 350여명에서 현재 127개 업소 44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락업소가 이처럼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다 보니 기존 주택가와 마구 섞여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자녀교육 등 갖가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으나 당국은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손님이 가장 많다는 금요일인 1일 오후 5시반경.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윤락업소에는 한 두곳씩 붉은 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이들 윤락업소를 우회해 집으로 가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윤락업소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주거지와 맞닿는 바람에 생긴 문제점 중 하나다.

오후 9시를 넘자 자동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서 온 차량들이 윤락가 뒤편 ‘공동 주차장’과 인근 도로변 등을 메웠다.

용주골에는 길이 좁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구관지역’과 건물을 새로 지어 목욕시설이 있고 차량 진입도 가능한 ‘신관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신관지역에는 99년 이후 신축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현재도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이 여러 채 있다.

2000년 초 이곳에 다가구주택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파주시는 윤락업소가 들어설 것을 우려해 반려했으나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허가를 내주면서 신축건물이 잇따라 들어섰다.

윤락녀 5명을 데리고 있다는 한 포주는 “모두 제 발로 찾아온 아가씨들이라 전북 군산의 윤락가처럼 감금하지 않고 미성년자는 절대 고용하지 않으며 대부분 업소가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락업소들은 성업 중이나 이를 현장에서 단속할 경찰은 사실상 없다. 용주골 관할 파출소가 2년 전 구조조정으로 사라진 뒤 연풍초소로 격하돼 현재 상주 경찰관은 1명뿐이다.

▽인근 주민 불만〓인근 주민들은 윤락가가 읍내를 ‘장악’해 이제 주민들이 쫓겨나야 할 판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용주골 인근에는 1500여가구 5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윤락업소 측의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한 토박이 노인은 여생을 고향에서 마칠 수 있을지 여부를 걱정했다.

“윤락업소에 붙어 생계를 꾸리는 일부 주민들은 이제 땀흘려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아. 그래서 고향 사람끼리 외면하게 되고…. 용주골이 점점 커지다 못해 이제는 읍내를 차지한 꼴이 보기 싫어 고향을 등지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 걱정이야.”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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