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시 이상한 고교배정

  • 입력 2002년 2월 1일 20시 58분


"집 바로뒤에 학교를 두고 왕복 4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배정됐는데 먼거리 배정 억제원칙 이 제대로 지켜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1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사무실을 찾은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44·울산 울주군 온양읍). 아들이 집 뒤의 N고에 지망했지만 지난달 30일 집에서 10여㎞ 떨어진 울주군 청량면 H고에 배정된 것을 항의하기 위해 생업을 팽개치고 3일째 교육청을 찾았다.

김씨는 그러나 이날도 "어쩔수 없다"는 담당자의 답변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 이외에도 집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먼 고교에 배정된 학생의 학부모 20여명이 이날 교육청을 항의방문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들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0년부터 처음 시행한 고교 평준화에 따른 고교 배정에서 이들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고교 배정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학교 수석졸업예정자인 김모양(15)이 왕복 4시간 통학거리의 고교에 배정받은데 반발,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본보 2001년 1월14일자 A29면 보도)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처했기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고교배정에서 통학거리 12㎞ 이상 먼거리 배정 학생은 전체(1만419명)의 2.3%(141명)로 지난해 4.8%(280명)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도 18㎞ 이상 먼거리 학교에 배정된 학생이 5명(지난해 15명)인데다 통학이 불가능한 학교에 배정된 학생도 한명 있었다.또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1대1 맞교환(먼거리 배정 학생끼리 합의해 배정된 학교를 바꾸는 방식)도 "또다른 민원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며 도입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거지와 떨어진 곳에 고교가 많고 교통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며 "내년에는 울주군 지역 고교는 이지역 학생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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