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늑장 인사' 투명성 흠집 우려

  • 입력 2002년 1월 15일 20시 06분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는 적어도 인사에 관한 한 후한 점수를 받아왔다. “외부의 입김과 청탁을 잘 막아낸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런 김지사가 민선 2기 마지막 인사를 놓고 ‘갈지(之) 자’ 걸음이다.

그는 올 시무식에서 “정기인사는 3월에 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초에 서기관급 이상을 시작으로 후속인사가 이어지던 관행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김지사가 인사를 늦추면서 생긴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공직내부의 기류도 평온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말 간부반 교육을 마친 서기관 3명은 보직이 없는 상태다. 서기관으로 승진, 간부반 교육에 들어갈 사람도 선정하지 못했다.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15일 퇴직한 진주 부시장의 후임 인사도 미뤄졌다. 도청과 맞물려 돌아가는 시군의 인사 역시 올스톱이다. 올 지방선거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부단체장들이 임지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간도 빡빡해졌다.

물론 명예퇴직 대상인 43년생 가운데 일부가 반발하는데다 지방선거 출마를 검토중인 공무원들의 사퇴여부도 유동적이어서 인사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지사가 인사를 미룬 배경에 대해 그가 “3월중 거취를 밝히겠다”고 한 지난 연말의 언급과 관련짓는 시각이 많다.

자신이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사를 단행할 경우 조직 장악력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입방아다.

인사권은 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엿장사 마음대로’라는 의미가 아니다.

김지사가 인사를 자꾸 미루면 오해는 더해지고 그의 강점으로 꼽혀온 ‘인사의 투명성’에도 흠집이 생길지 모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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