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통사고 수습중 순찰차 빼앗겨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58분


교통사고 조사를 위해 출동한 경찰이 교통사고 피의자에게 순찰차를 빼앗기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3일 오전 7시14분경 서울 서초구 방배2동 수도방위사령부 근처 도로에서 김모씨(27·경기 의왕시 오전동)가 운전하던 5t 트럭이 중앙분리대와 가로수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파편이 튀는 바람에 반대 차로를 달리던 차량 4대도 파손됐다.

사고 신고가 접수되자 방배경찰서 남현파출소 소속 윤모 경사(48) 등 2명이 현장에 출동해 시동을 켜둔 순찰차 뒷좌석에 김씨를 태워 놓고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하던 중 김씨가 갑자기 순찰차를 몰고 달아났다.

김씨는 경기 안양시 방면으로 12㎞가량을 달아났으나 순찰차 3대를 동원한 경찰이 실탄 2발과 공포탄 1발을 쏘며 추격전을 편 끝에 도주 15분 만에 안양시 동안구 갈산동 덕현초등학교 앞길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92%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순찰차 키가 꽂혀 있는 데다 경찰이 10분가량 차를 비워 순간적으로 도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순찰차를 탈취당한 윤 경사 등 경찰관 2명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경찰은 또 김씨에 대해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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