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씨 구속수감…정계로비의혹 본격수사

  • 입력 2001년 12월 24일 22시 32분


‘진승현(陳承鉉) 게이트’를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은 24일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MCI코리아 소유주인 진승현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도피 중이던 진씨를 도운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진씨측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 보좌관과 김방림(金芳林) 의원의 소환을 계속 늦출 수 없다”며 진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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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M호텔 중식당에서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와 함께 진씨를 만난 자리에서 “한스종금 인수를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조사 등을 무마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정씨를 통해 진씨에게서 10만원권 수표 500장을 전달받은 혐의다.

김 전 차장은 또 지난해 10월 초 서울 강남의 원룸 아파트에 피신해 있던 진씨를 직접 찾아가 “뒤에서 힘쓰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며 검찰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등 진씨를 네차례 만나 금감원 조사 및 수사 관련 정보를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은 이 밖에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국정원 비밀사무실에서 지난해 10월경 진씨가 영입한 국정원 출신 로비스트 김재환(金在桓)씨 및 정씨 등과 여러 차례 만나 대책을 상의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차장이 “진씨를 몇번 만났지만 도피시킨 것이 아니라 자수를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진씨가 ‘5000만원 이외에 정씨의 요청에 따라 현금 2억원을 김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씨가 자신이 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김 전 차장을 둘러싼 자금 흐름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장이 지난해 9월 김씨를 데리고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검 간부 2명을 잇따라 만난 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피한 채 “김 전 차장이 사윗감으로 생각하던 진씨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진씨는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승련·이명건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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