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 수사 어디까지…김은성 배후도 규명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9분


검찰의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22일 검찰에 출두한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은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와 정관계를 연결한 주요 ‘고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 내에서 김 전 차장과 ‘한 몸’이라는 얘기를 듣던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은 이미 진씨에게서 1억4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진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를 진씨에게 소개해준 사람도 김 전 차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진씨와 김 전 차장의 관계가 정씨와의 관계 못지 않게 밀접했고 정씨를 통해 진씨의 돈이 김 전 차장에게 흘러갔으며 김 전 차장은 정관계 ‘파이프 라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차장에 대한 사법 처리로 수사가 끝난다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은 “정씨가 (사고를) 저지른 뒤 (나는) 말려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진씨와의 관계를 실토하고 김 전 차장에게 구원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는 말을 했다.

검찰은 일단 김 전 차장을 구속한 뒤 ‘리스트’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장이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진씨의 도피를 도왔으며 국정원 부하 직원에게 1000만원을 주면서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한 혐의 중 일부를 확인한 검찰은 24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지금까지 알려진 수천만원 외에 수억원대의 거액이 국정원 직원 등의 계좌를 통해 김 전 차장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진씨와 김씨가 서로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따라서 검찰은 일단 진씨의 구명운동을 벌이면서 저지른 범법 행위를 밝혀내 김 전 차장을 구속한 뒤 거액의 돈을 받은 경위 및 돈의 대가성 여부 등을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전 차장의 정관계 로비 및 리스트를 이용한 검찰 수사 압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수사가 얼마나 진행되느냐는 것이다. 김 전 차장의 ‘배후’ 여부를 밝히는 수사가 이어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김 전 차장말고 ‘몸통’이 또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이 선을 넘어설 경우 수사는 지난해 4·13총선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 정관계 로비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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