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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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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21일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권총을 든 복면강도 2명이 이 은행 용전동지점 현금출납 담당 김경환(金璟煥·46) 과장에게 총을 쏜 뒤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대기시켜 놓은 경기×× 5432호 검은색 그랜저XG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김 과장은 왼쪽 가슴과 팔, 양쪽 허벅지 등 4곳에 총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1시간 만에 숨졌다.
범인들은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탄 채 기다리고 있다가 김 과장과 청원경찰 박모씨(53), 운전사 박모씨(23) 등 3명이 현금 수송차량인 승합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뒤 짐칸에서 3억원씩이 담긴 현금 가방 2개를 내려 4층의 충청지역본부 금고로 옮기려던 순간 공포탄을 쏘며 덮쳤다.
범인들은 현금가방 1개를 빼앗은 뒤 나머지 현금 가방도 빼앗으려다 김 과장이 저항하자 총을 발사했으며 운전사 박씨가 승합차로 자신들의 승용차를 들이받자 가방 1개만 갖고 달아났다.

▽경찰 수사〓경찰은 이날 오후 7시5분경 사건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A꽃집 지하주차장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승용차를 발견했다.
이 승용차는 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풍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인들이 현금 수송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폐쇄회로TV가 없는 지하주차장을 범행장소로 삼은 점 등으로 미뤄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알거나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며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고 집중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38구경 권총 탄피로 미뤄 범행에 사용된 권총이 10월15일 대전 동구 송촌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송촌파출소 노모 경사(33)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뒤 탈취당한 것과 동일한 권총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점〓사건이 대낮에,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한 데다 최근 대구와 경북 경주시 등에서 은행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세밑 방범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고가 발생한 건물이 은행 전용으로 현금수송차량을 통해 하루 20여억원의 현금이 드나드는 데도 지하 주차장에 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범인들이 갖고 달아난 돈가방의 경우 리모컨 작동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도록 고안돼 있으나 사건 발생 당시 이마저도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은 이날 수사본부가 설치된 대전 둔산경찰서 삼천파출소를 방문해 조속히 범인을 검거하도록 지시했다.
<대전〓이기진·지명훈기자>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