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호남 '멸치분쟁' 조짐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9시 30분


뉴라운드 대책과 관련된 연근해 조업구역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영호남 어민들 사이에 해묵은 '멸치분쟁'이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해양수산부가 최근 유삼남(柳三男) 장관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뉴라운드 대책의 하나로 멸치를 비롯한 주요 어종의 조업구역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데 따른 것.

멸치잡이 조업구역은 1967년 제정된 수산업법 시행령에 근거해 △부산 경남해역(제1지구) △전남해역(제2지구) △전북해역(제3지구) 등 3곳으로 나눠졌으며 각 지구별로 조업허가를 받은 선단은 이 중 한 곳에서만 조업하도록 정해져 있다.

지구별 선단(어군탐지 어획 해상가공 운반선 등 5∼7척으로 구성)은 1지구가 124개로 가장 많고 2지구와 3지구는 각각 16개, 10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조업구역 재검토로 지금의 조업구역을 풀 경우 규모와 어로장비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영남권 선단들이 대거 호남권으로 몰려올 것이 자명하므로 생존권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호남권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전남기선선인망협회 관계자는 "조업구역 해제를 주장해 온 영남권 어민들의 요구가 99년 한일어업협정 발효에 따라 어장이 좁아진 이후 더욱 거세졌다"며 "조업구역이 해제될 경우 영남권 어선의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화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저지 투쟁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해양수산부가 영남권 어민들의 조업구역 해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전면해제' 또는 '일부조정' 가운데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통영기선권현망 수협측은 조업구역 조정이 최대 숙원이라며 논의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수협 김성건 전무는 "과거와는 해황(海況)이 많이 달라진 데다 외국 수산물이 밀려들고 있어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조업구역은 조정돼야 한다"며 "한시적인 멸치 자원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99년 영남권 어민들이 제기한 '멸치잡이 구역설정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광주=김권 창원=강정훈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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