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방부=당초 국방부는 미군측이 아파트 건설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해오지 않았다며 12일 열리는 SOFA분과위원회에서 강력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주택 확충 계획은 알고 있었지만 용산기지에 1066가구를 짓고 건설업체들에게 입찰참가요청서를 보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것. 특히 양측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시공 계약을 맺는 것은 SOFA규정 위반이라고 흥분하는 국방부 관계자가 있을 정도 였다.
그러나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이 올 6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용산 기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내용을 보고했다는 10일자 동아일보 보도가 나오자 입장이 돌변했다.
미군측이 협의 시점은 설계 도면이 완성되는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미군측 입장으로 돌아선 것.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주한미군의 주택사정은 일본 및 유럽에 주둔한 미군들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진행되는 주한미군의 아파트 건설 계획에 반대하긴 쉽지 않다” 고 말했다.
국방부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올 5월경 미군측으로부터 건축계획을 통보받았다” 며 또 다시 말을 바꾸었다.
이 관계자는 “미군측이 집을 짓는다고 우리측에 미리 알릴 필요는 없다” 며 “건축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협의가 가능하다” 고 말했다.
▽분노하는 시민단체=국방부의 미군 아파트 건설 은폐 기도에 대해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OFA개정국민행동 김판태(金判太) 사무처장은 “국민을 위한 국방부가 아니라 미군을 위한 국방부인 것 같다” 며 “처음부터 국민에게 공개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이 같은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처장은 또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SOFA협정상 협의 의무는 협의가 아닌 ‘그런 줄 알아라’ 는 단순 통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며 “앞으로 있을 협의 과정에서 국방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를 주시하겠다” 고 덧붙였다.
이장희(李長熙)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국제법상 미국이 90년대초 약속한 용산 기지 이전이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며 “이런 강경책을 쓰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한 국방부를 이해할 수 없다” 고 비난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