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괴롭힘 당한 초등생 자살기도 의식불명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30분


급우들이 괴롭히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어린이가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아들이 급우의 구타 등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 발생〓15일 오후 9시30분경 경기 과천시 갈현동 J아파트 4층 선모씨(47) 집에서 선씨의 아들(13·M초등학교 6년)이 방안 창문을 통해 12m 아래 아파트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선군은 곧바로 안양 한림대 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방안에 있던 아들이 창문 밖을 쳐다보다 갑자기 의자 위로 올라서더니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집안에는 이 학생의 부모 등 4명이 있었다.

▽가족 주장〓가족들은 선군이 3월부터 같은 반 친구 M군(13) 등 3명으로부터 교실과 화장실 등에서 온몸을 구타당하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선군이 이 사실을 숨겨 모르고 있다가 지난달 17일 방과 후에야 ‘몸이 아프다. 학교 가기 싫다’며 사실을 털어놓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선군은 이때부터 정신불안 증세를 보여 서울 사당동 모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학교측은 “가족의 항의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관련 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불러 사실확인을 거친 뒤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은 반성문에서 선군을 때렸는데 아무 저항을 하지 않아 계속해서 괴롭혀 왔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또 “선군이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하자 가해학생의 학부모들도 ‘모든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밝히고 치료를 도와준 것으로 안다”며 “이후 학생들이 더 이상 괴롭힌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과천〓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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