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유치원서 3개국어 조기교육 '이상열기'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05분


15일 오후 2시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모 유치원. 일본인 교사가 사과 모양의 장남감을 들어 보이며 “린고”(りんご·사과라는 뜻의 일본어)라고 외치자 다섯 살짜리 아이들의 조그만 입이 힘겹게 움직였다.

교사가 커다란 율동과 함께 사과와 관련된 동요를 불러주자 4평 정도의 유치원 교실은 금세 일본의 어느 유치원을 옮겨온 듯 온통 일본어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30분간의 일본어 수업이 끝나자 7명의 아이들 앞에 이번엔 중국인 교사가 나타났다.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이 성업 중인 가운데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동시에 가르치는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8일 문을 연 이 유치원의 하루 수업시간은 영어 4시간반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각 30분씩.

80만원의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이미 20여명의 아이가 등록했다. 대부분 의사 변호사 중소기업사장 등 고소득층 자녀들. 유치원측은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의 4개 반을 곧 8개로 늘릴 예정이다.

주부 김모씨(38·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애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다가 제2외국어까지 가르친다는 소문을 듣고 이 유치원으로 옮겼다”며 “어느 외국어든지 일찍 접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외국어 조기 교육의 성과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과잉’ 외국어 교육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영어교육 전문가는 “모국어를 처음 습득하는 아이들에게 무리한 외국어 교육을 시킬 경우 오히려 언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며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언어 습득 능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바로잡습니다▼

△‘유치원’은 ‘유아 대상의 전문어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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