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쌀 수매가 4~5% 인하"…농민 반발 예상

  • 입력 2001년 11월 17일 01시 15분


내년도 정부의 추곡수매가가 사상 처음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제14기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정영일·鄭英一 서울대 교수)는 16일 농수산물유통공사 대회의실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갖고 내년산 추하곡 수매가를 올해보다 4∼5% 내리는 건의안을 확정했다. 그럴 경우 1등급 조곡(도정하기 전 쌀)이 40㎏당 5만7420∼5만8020원(올해는 6만440원)이, 2등급은 5만4870∼5만5450원(올해 5만7760원)이 된다.

정부는 이 건의안을 바탕으로 2002년 추하곡 수매가 동의안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양곡유통위원회 건의안대로 추하곡 수매가가 인하될 경우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추곡수매가는 매년 대체로 4∼5% 정도 인상돼 왔다. 94년, 95년, 97년에 동결된 적이 있으나 인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의 경우 양곡위원회는 추곡 수매가 0∼2% 인상안을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3%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4% 인상으로 결정됐다.

쌀 수매량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해 수매가가 올해와 같을 경우 내년에는 모두 540만섬을 수매할 수 있으며 가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양을 정부가 수매할 수 있다.

정영일 위원장은 “2004년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쌀 가격을 단계적으로 낮춰야만 쌀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쌀 농사 지원 정책도 지금의 가격지지 정책에서 논농업 직불제 등 소득지원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국내 쌀값은 동일 품질일 경우 중국산의 6배, 미국산의 5배에 이른다. 중국은 WTO 가입에 따른 시장개방에 대비해 90년대부터 매년 쌀가격을 내려 95년에 비해 현재 가격이 30% 이상 낮아졌다.

한편 대풍년 영향으로 최근 국내 쌀값이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6일 농협에 따르면 산지 쌀 가격이 14일 80㎏들이 한 가마에 15만524원을 나타내 한 달 전인 10월 초의 15만9267원보다 8700원가량 낮아졌다. 1년 전 11월 5일의 15만9891원보다도 크게 떨어진 가격.

올해 쌀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4% 증가한 3830만섬에 이르러 90년 이후 최대 풍작을 나타냈다. 반면 쌀 소비는 지난해 1인당 93.6㎏이었으나 올해엔 80㎏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신연수·박중현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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