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불고기집, 광우병 파동에 '찬바람'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14분


재일동포의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일본 내 ‘불고기집’(야키니쿠·燒肉)이 광우병파동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쇠고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상고가 60∼80%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바(千葉)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된 것은 9월 11일. 그 후 전국 1만여개의 초중교가 학교급식에서 쇠고기 사용을 중지하면서 불신감은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소는 소각했다”고 발표했다가 “사료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수정하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또 한 마리 발견됐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니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하면서 불고기집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서 불고기집을 경영하는 이강칙(李康則)씨는 “매일 30만∼40만엔씩 오르던 매상이 심한 날은 5만엔도 안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30개의 불고기집 체인 조조엔(敍敍苑)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도(朴泰道) 사장도 “매상액이 70%나 줄어들어 수억엔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국의 불고기집은 2만여개로 추산된다. 대부분 재일동포들이 경영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쇠고기 기피가 심해 가족 동반 외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일민단의 김재숙(金宰淑) 단장은 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雄) 관방장관과 다케베 쓰도무(武部勤) 농림수산상을 방문해 “정부 차원에서 쇠고기의 안전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8일 ‘쇠고기 안전 선언’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 재일민단은 “학교급식에서 다시 쇠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최대의 안전선언”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설득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쿄도(都)는 경영이 어려워진 불고기집을 돕기 위해 최고 1억엔까지 연리 1.5%의 긴급 저리융자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민단측은 “언제 매상이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얻어 쓰기도 쉽지 않다”며 “연말이 되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규선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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