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법조인 윤리비판 화제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51분


현직 부장판사가 ‘이용호 게이트’로 드러난 법조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강하게 비판하며 신앙과 사랑에 기반한 법관상의 정립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윤재윤(尹載允·사법시험 21회)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기독법률가대회’에서 발표한 ‘신앙인의 법관 윤리’에서 “중견간부 검사들이 고소인과 함께 사건을 논의하고 내사 받은 사람들과 술을 같이 마시며 수사정보를 알려주는가 하면 장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계도 없이 전화변론을 하는 등 검사나 변호사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런 현상은 법조인들의 윤리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고 있고, 이 시점에서 법관의 직업 윤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집단주의와 감정주의, 실질보다는 명분과 체면에 집착하는 이중구조 등 우리 사회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법관의 자세로 △구체적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와의 접촉은 피하고 ‘이용호 게이트’에서와 같은 의도적 접근을 피하기 위해 사적 교제에도 한계를 지킬 것 △물질 위주의 사회에서 재물에 대한 명백한 방침을 세우고 지킬 것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이나 개인적 의견 표명은 신중하게 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법관이 권력이나 자본의 압력을 받는 일은 사라졌지만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며 “감정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냉철한 판단과 내면적 용기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윤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정의뿐만 아니라 사랑을 위해 재판을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건에 임하라”며 신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법관의 의무와 직업윤리 등을 강조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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