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능…수험생 당혹감

  • 입력 2001년 11월 7일 17시 23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 점수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수험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했고 쉬는 시간에 울음을 떠뜨리는 수험생도 있었다.

어렵게 출제된 시험 때문에 많은 수험생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험의 변별력이 높아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진학 지도는 지난해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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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도 울상=수험생들은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시작되자 수험생들의 얼굴이 금새 굳어졌고 시험이 끝난 뒤 일부 여학생은 "손도 대지 못한 문제가 많았다"며 계단에 앉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문 길어 시간 태부족”▼

모의수능 성적이 380∼390점대인 홍의석군(18·경복고 3년)은 "언어의 듣기평가가 어려웠고 지문이 너무 길어 시간이 모자랐다"며 "평소 120점 만점에 110점은 받았는데 이번에는 많이 내려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생 이동호군(20)은 "듣기평가에서 지도 찾기 등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 등 작년보다 확실히 어려웠다"며 "교과서에서 본 화랑의 후예 나 이범선의 오발탄 등 모의고사에서 풀어본 문제들이 나왔는데 보기가 헛갈려서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서문여고 장혜림양(18)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360∼370점이고 수리영역은 평균 60점대였다"며 "그러나 오늘은 10문제 가까이를 그냥 찍었고 5, 6문제는 아예 풀지도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수험생들은 "3교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1, 2교시 시험이 모두 어렵게 출제되자 시험장 곳곳에서 시험을 포기하고 퇴실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 경복고에서는 1교시가 끝난 뒤 3명의 수험생이 2교시 수리영역에 응시하지 않았고 2교시 이후에도 재수생 등 3명이 "더 이상 시험을 못보겠다"며 돌아갔다.

사설 입시학원들도 "지난해보다 문제가 어려워져 정확하게 분석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불안한 수험생=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에 겁을 먹은 탓인지 어떤 대학에 진학할지 막막해하는 모습이었다.

대신고 권용규군(18)은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재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1, 2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더욱 불안해했다.

서울대 사범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윤민형군(18·대신고 3년)은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이 너무 어려워서 20점 이상 떨어진 것 같다"며 "전체 학생의 성적이 동반 하락하겠지만 수시합격 최저기준인 종합 2등급(계열별 전국 상위 11% 이내)에 들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업능력 저하 고려안해”▼

▽중하위권 진학 지도 비상=진학지도 교사들도 어렵게 출제된 시험문제를 받아들고 난감해하고 있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높아져 상위권은 지난해보다 진학 지도가 쉬워지겠지만 중위권은 항아리형 분포를 보여 올해도 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榮德) 평가실장은 "4교시까지 합치면 지난해보다 30점 가량 점수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고3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떨어진 것을 고려하지 않고 출제한 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세화여고 박범수 교사는 "지금 고3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금지돼 학습량이 줄어든데다 수능시험 문제까지 어려워 이중고를 겪었을 것"이라며 "수능시험의 일부 영역을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등 제도 변화가 많았고 지난해의 진학지도 자료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어떻게 진학지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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