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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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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방마다 열리는 축제는 아직 문화불균형을 조절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며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열리고 있는 세계유교문화축제는 많은 측면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뜻깊은 행사다.
무엇보다도 ‘유교문화’를 축제의 주제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교문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거와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서야 어떻게 세계의 다른 문화와 만나 화해하고 경쟁할 수 있겠는가. 세계유교문화축제는 새로운 만남을 위해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이어받아야 할 것인가를 되돌아보는 축제다. 유교문화축제 앞에 붙인 ‘세계’라는 말은 세계의 모든 유교문화를 망라한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문화와 만나기 위한 환영의 플래카드다. 따라서 이 행사는 과거로 돌아가고픈 향수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축제다.
축제가 개막된 지 며칠 지나면서 이런 희망이 얼마나 적절한지 곧 드러났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참여와 봉사에 기대어 다소 무리하게 기획한 행사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0여개의 전국 유림단체가 거의 모두 자비로 참여했다. 나이 지긋한 유림들이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채 깃발을 들고 행렬을 지어 경건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들은 퇴계만을 경배하기 위해 모인 것도 아니고, 유교의 특권을 회복해 달라고 시위를 한 것도 아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인심(人心)을 묵묵히 나무라며 사람다움을 가르치기 위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신 어른들이다. 이분들과 손잡고 대화할 수 있다면 이 새로운 축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효 걸(안동대 교수·세계유교문화축제
전시 영상 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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