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美보복전쟁 반대" 회견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59분


미국의 보복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을 경찰이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이 기자회견 장소가 법률상 집회가 금지돼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100m 이내에 있기 때문에 막았다고 말했다.

불평등한 소파 개정 국민행동, 민주노총, 민족 화해 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등 23개 시민단체들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한국통신 앞에서 ‘미국 정부의 아프간에 대한 보복 전쟁 즉각 중단과 힘에 의한 세계 유일 패권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경찰의 봉쇄로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한국통신 앞에 2개 중대 200여명을 배치하고 기자회견을 막았다.

자통협 상임의장 홍근수(洪根洙) 목사, 불평등한 소파 개정 국민행동 대표 문정현(文正鉉) 신부, 민주노총 허영구(許榮九) 부위원장 등 3명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한국통신 앞으로 다가서자 경찰은 이들을 둘러쌌다. 경찰은 이를 저지하려는 행사관계자 10여명을 현장에서 연행하고 ‘미국 보복 전쟁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압수했다.

문 신부는 낮 12시반경 경찰에 둘러싸인 채 “수천명의 무고한 미국 시민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테러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며 미국민과 마찬가지로 보복공격을 당할 국가의 무고한 민중의 생명과 재산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날 모인 23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40여명 가운데 홍 목사, 자통협 김종일(金鍾一) 사무처장, 민주노총 허 부위원장 등 20여명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훈방됐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 정광섭(鄭光燮) 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 형식을 띤 ‘집회’이기 때문에 대사관에서 100m이내에서는 허용할 수 없었다”며 “다른 장소에서 신고를 한 뒤 적법하게 진행한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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