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적용 첫 여름 전기료 '대란' 우려

  • 입력 2001년 7월 6일 19시 00분


이달부터 에어컨을 하루 3시간 이상 쓴 가정은 과거보다 3배 가까이 오른 전기요금 고지서를 다음달 중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보다 2, 3배에 이르는 10만원 이상의 고액 전기요금이 부과될 가정은 30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이 이처럼 껑충 뛰는 것은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 이 제도는 가정용 전기요금을 사용량에 따라 7단계로 나누고 월 사용량이 500kWh를 초과한 가정에 대해 50kWh 이하인 가정보다 최고 18.5배 더 내도록 하고 있다.

또 월 300kWh를 초과해 쓰는 가정에 대해 특히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기위원회가 작년 11월 도입했으나 에어컨 사용이 많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효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를 적용하면 월 전기요금을 4만1100원(월 사용량 300kWh)씩 내던 가정의 경우 30∼40평형 아파트 거실에 15평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씩 한달간 가동했을 때 전체 사용량은 60%(180kWh)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무려 183%(7만5360원) 더 많은 11만6460원을 내야 한다.

한국전력은 6일 “작년 8월중 300kWh 초과 사용 가정은 모두 257만2000여 가구였다”면서 “에어컨 보급확대를 감안할 경우 올 7, 8월중 누진제를 적용 받게 될 가정은 300만 가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액의 전기요금 부과가 예상되면서 알뜰파 주부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선뜻 가동하지 못하고 ‘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 주부는 “고3 아들이 땀을 줄줄 흘리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에어컨을 제대로 틀어주지 못해 학습효율이 안 오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당수 가정은 이 같은 요금체계를 모르고 있어 이달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온 뒤 항의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월 전력사용량이 300kWh 초과하면 단계별로 요금을 20∼40% 올렸다”고 밝혔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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