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운영 '벤처농대' 폐교서 첫 수업

  • 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39분


대학관계자와 농민들이 충남 금산군 폐교에서 기념찰영을 하고 있다
대학관계자와 농민들이 충남 금산군 폐교에서
기념찰영을 하고 있다
먼지가 쌓여 있던 책상과 의자가 다시 가지런히 교실에 놓였다. 학생은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농민들. 26일과 27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의 한 폐교(閉校·옛 금강초등학교)에서는 색다른 수업이 열렸다. 농민 50여명이 학생이 된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첫 수업. 진지한 학구열은 폐교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이날 수업은 지난해 6월의 염원이 모여 탄생했다. 당시 전국에서 모인 250여 농민들은 한국 농업 현실을 놓고 밤샘 토론을 벌였다.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벤처정신만이 21세기 농업 르네상스의 길이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에 따라 농민대표로 구성된 한국벤처농업포럼(www.vaf21.com)은 농민들의 자발적인 학습 모임인 벤처농업대학의 문을 열었다. 명예 학장은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金成勳)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6년째 독특한 상황버섯 재배법을 연구중인 최용주씨(47·경남 진주)는 “앞으로 1년간 벤처비즈니스를 배워 도약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첫날 수업은 ‘농업도 진정 홍보가 우선이다’ ‘벤처농업을 위한 디자인의 이해’ 등 2개 과목. 학생들은 방송국 프로듀서와 전문 그래픽디자이너의 강의에 모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오후 11시까지 한국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마케팅기법을 놓고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둘째날인 27일에는 벤처투자 전문가로부터 ‘한국벤처산업의 전망과 사업 전략’을 들었다.

“농업 벤처의 개념은 특정 상품을 개발한 뒤 코스닥에 등록해 대박을 터뜨리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벤처농업대학은 지금까지 생산에만 급급했던 농업인들에게 디지털경제시대에 걸맞은 경영과 마케팅 능력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대학 운영을 맡은 한국벤처농업포럼 민승규 박사(삼성경제연구소)의설립취지설명이다.

벤처농업대학은 내년 4월까지 1년간 매월 넷째주 토요일과 일요일 강의를 갖는다. 이 대학은 졸업논문 대신 마지막 3개월간 자신만의 ‘벤처사업 계획서’를 내도록 할 방침이다. 학생들에게 비즈니스 능력을 키워 주려는 의도다.

벤처농업대학은 앞으로 각계각층의 주요인사들을 강사로 초빙할 예정이다. 정부를 포함해 일체의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농민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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