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외국인에 실수로 더받은 택시요금 반년만에 돌려줘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35분


“가족들에게 부끄러운 가장이 될 수는 없었죠.”

한 모범택시 운전사의 선행이 외국인 승객을 감동시켰다.

택시운전 경력 23년의 김한기(金漢基·53·경기 고양시)씨는 지난해 10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 캐나다인 사업가 장 폴 브왈로(52)를 태우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까지 왔다.

택시요금은 2만5000원. 사업차 한국 일본 등을 오가던 브왈로씨는 한국돈과 일본돈을 구별하지 못하고 일본돈 2만5000엔(약 25만원)을 김씨에게 주고 내렸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김씨는 한참을 운행하다 신호에 걸린 뒤에야 자신이 요금의 10배가량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돈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롯데호텔로 향한 김씨는 황급히 호텔 프런트에 수소문을 했지만 브왈로씨를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꼭 주인을 찾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호텔에 맡겼다.

호텔직원들은 김씨가 손님을 내려 줬다고 기억하는 시간대의 폐쇄회로TV 화면을 통해 이틀만에 그 손님이 브왈로씨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브왈로씨는 이미 캐나다로 돌아간 뒤.

호텔측은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브왈로씨의 캐나다 주소를 알아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사업차 한국을 다시 방문한 브왈로씨는 18일 호텔 측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았다. 브왈로씨는 김씨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약속을 하지 못하고 21일 아쉽게 한국을 떠났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나를 만나고 싶다니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하루벌이 15만원에 25만원은 큰돈일 수도 있지만 가족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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