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투자 다단계회사 망하자 대표부인 끌고 다니며 돈뺏어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불법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 회사에 거액을 투자했던 주부 등이 투자금을 되찾기 위해 납치극까지 벌였다.

서울지검 형사4부(김종인·金鍾仁 부장검사)는 3일 리빙월드컴(리빙벤처트러스트)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자 이 회사 대표의 부인 김모씨(36)를 납치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주부 한모씨(41)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전모씨(50·여)를 불구속기소했다.

한씨 등은 지난해 초 ‘유명 벤처회사에 투자, 월 21∼26%의 이자를 보장한다’는 이 회사 광고에 유혹돼 투자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벤처 호황을 틈타 특급호텔에서 개최한 창업투자설명회에서 연예인까지 동원해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현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경찰의 수사로 회사 관계자들이 체포됐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이들 3명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돈은 모두 12억원. 한씨 등은 간혹 투자 배당금을 받기도 했으나 이 돈은 대부분 다시 재투자해 원금은 물론 이자 한푼 건지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김씨를 납치하기로 모의한 것은 지난해 10월. 잠적한 이 회사 대표 함모씨가 100억원을 숨겨놓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인 김씨를 협박해 투자금을 되찾으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은 김씨를 경기 안산시의 모텔과 서울 송파구의 호텔 등지로 열흘간 끌고 다니며 함씨에게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하도록 시켰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은 또 김씨의 현금카드로 161만원을 인출해 나눠 가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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