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기수의 재심 청구]정씨 정말 성추행했나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49분


▼당시 고소인 추모씨 "경찰이 얘기해서 그런 줄로만 알아"▼

정진석씨(가명·67)의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 당시 정씨를 성추행혐의로 고소했던 정씨의 이웃마을 주민 추모씨(72)는 경찰의 요구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무슨 말을 했나.

“내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딸도 시인하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언제 고소했나.

“경찰이 어느날 밤 세번째로 집에 찾아와 파출소에 데려갔다. 파출소에 딸이 있었다. 딸에게 ‘네가 당한 게 맞느냐’고 물었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해 고소하기로 했다. 경찰관들이 나와 딸이 얘기하는 것을 지켜봤다.”

―고소장을 직접 썼나.

“경찰이 써준 고소장에 도장만 찍었다. 나는 6·25전쟁때 눈을 다쳐 당시 실명 상태였다.”

―왜 딸에게 미리 성추행 당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나.

“당시 가정 문제로 딸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경찰이 얘기해서 그런 줄 알았다.”

―고소는 했지만 정씨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고소를 취하했나.

“고소장에 도장을 찍어준 뒤에는 더 조사받은 일이 없다. 법정에 나가 증언한 적도 없고 고소를 취하한 기억도 없다. 경찰이 그 다음에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추모씨 딸 "잠 못자고 무서워 시키는대로 진술"▼

추씨의 딸(43)은 경찰이 잠을 안재우는 등 진술을 강제로 요구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이 있나.

“전혀 그런 적이 없다.”

―당시 정씨와 만난 적은 있나.

“가정 문제로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정씨 집과 우리 집이 가까워 정씨를 잘 알고 지냈었다. 마땅히 갈 데도 없고 해서 만화가게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2, 3일 일하다 힘들어서 그만뒀다.”

―왜 경찰에서 성추행당했다고 말했나.

“여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안마시술소가 있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방에 형사 한명과 나, 단 둘만 있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잠을 못자게 하면서 ‘예’라는 대답만 하면 재워주겠다고 했다. 무서웠고 집에 가고 싶어서 ‘예’라고 대답하자 금방 집에 가게 해줬다.”

―경찰이 뭐라고 물었나.

“무슨 말을 물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무섭고 졸려서 무조건 묻는 말을 시인했다.”

―잠은 얼마나 못잤나.

“잘 모르겠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잠을 안재웠어도 내가 똑바로 대답을 했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고소를 한 근거는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성추행당했다고 경찰이 말하는 데다 나도 파출소에서 시인을 하니까 고소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일이 이렇게 오랫동안 문제가 될지 몰랐다.”

<안산〓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