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폭력 사회적 이슈화 조짐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11분


군(軍)내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육군 ○사단장의 부하 여군장교 성추행사건을 계기로 현역 및 예비역 여군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남성 중심의 폐쇄적 군대문화를 성토하고 나섰고, 여성단체들이 여군들과 연대해 조직적인 여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김모소장(육사28기)이 징계에 불복해 국방부 항고심사위에 재심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피해자인 A중위측도 민사소송을 검토, 사건이 법정싸움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단장 성추행사건 이후=김소장에 대한 중징계 조치 이후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군내 성폭력 문제는 한때 잠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직 3개월로 불명예 전역의 운명에 처한 김소장이 이에 반발해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주변에서 김소장 구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16일로 재심청구 시한이 다가오면서 군 내부에는 김소장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A중위에 대한 소문 등을 담은 문건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자 여군들 사이에서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군인 신분이라는 제약 탓에 현역 여군들은 일단 한걸음 물러나 있으나 예비역 여군들을 중심으로 A중위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조직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군 안팎의 뜨거운 논쟁 =한국성폭력상담소가 7일 인터넷 홈페이지(www.sisters.or.kr)에 '군대내 성폭력을 말한다'라는 토론방을 개설, A중위 어머니의 사연을 올린 뒤 군내 성폭력문화에 대한 비판의 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여군들은 장군이 회식후 차를 마시면서 양팔로 안고 볼을 부비더니 티셔츠 사이로 10만원짜리 수표를 넣었다 (현역 여군대위), 여군하사관들이 장군이나 여군상관의 이해관계가 얽힌 남자들의 회식자리에 끌려나갔는데 우리는 이들을 기쁨조 라고 불렀다 (예비역 여군하사)는 등 군내 성추행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다음주중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군내 성폭력 실태조사 및 피해방지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며 국방부 항의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여성 국회의원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국방부 대책=국방부는 최근 남녀 동수의 현역군인 10명으로 성적군기문란대책위를 구성해 △피해사례 수집 △제도적 개선책 마련 △성희롱 방지교육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안팎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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