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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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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란한 석유 유통구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2층 회의실에서는 ‘석유 유통시장의 공정한 거래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경실련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와 토론자들 가운데 현재의 유통질서가 대단히 문란하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쟁점이 된 복수 폴사인제(상표표시제), 전자상거래 등 석유 유통구조 논란의 핵심 사안을 집중 조명한다.
▽복수 폴사인제〓참석자들은 현행 단일 폴사인제의 폐지와 복수 폴사인제 도입에 대부분 찬성하면서 도입 시기에만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본보 7월3일자 A31면 참조>
서울대 법대의 이봉의박사는 “기존의 독점적 폴사인제가 정유사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고착화시켜 국내 석유류 가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었다”면서 조속히 복수 폴사인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박사는 “복수 폴사인제란 ‘단일 폴’을 유지할지, 아니면 여러 정유사와 거래해 주유기마다 별도의 제품표시를 할지를 주유소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라며 “복수 폴사인제 도입이 주유소 간의 무차별 경쟁과 유통질서 전면 붕괴로 이어지리라는 정유사측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동철 교수(서울여대 경영학과)는 복수 폴사인제 도입에 동의하면서도 우리의 낙후된 석유시장에 특별한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무자료 거래, 덤핑 시장, 포화 상태의 주유소 수 등을 그대로 둔 채 복수 폴사인제를 도입하면 또 다른 유통 문란이 생길 수 있으니 덤핑 및 무자료 거래 규제 등을 통한 시장 투명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
이에 반해 이복재 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석유 제품은 공급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유사와 주유소를 수직적으로 이어주는 현행 폴사인제가 바람직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정유사―주유소 갈등과 이중 가격 등 유통질서에 문제가 나타난 만큼 준비 작업을 거쳐 2004년경 복수 폴사인제를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자 상거래〓빠른 시일 안에 석유류 전자상거래 시장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누가 이 시장의 개설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는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여대 한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낮은 가격은 결국 오프라인의 가격 인하에 도움이 돼 소비자가격을 전체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누구든 기업간(B2B) 상거래 형태의 다양한 사이트를 개설해 소비자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연구원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투명해지려면 안정성과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참여자들의 자발적 시장 구축이 미흡할 경우 국영석유회사 등을 활용한 정부의 적극적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진·이승헌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