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외국도시와 '마구잡이' 자매결연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37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가 ‘국제화’ ‘세계화’ 등을 내세워 외국 도시들과 경쟁적으로 자매결연 등을 해 왔으나 민(民)이 아닌 관(官) 주도여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외시찰을 할 때 대부분 이들 자매도시를 방문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방문에 그쳐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매결연▼

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시작된 이후 외국 도시들과 자매결연이나 행정협정을 체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경남도의 경우 95년 이전에는 ‘자매도시’가 일본의 야마구치(山口), 중국의 산둥(山東), 미국의 메릴랜드 등 3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헝가리 페이르주 등 총 10개로 늘어났다.

부산시는 현재 15개국 15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한 상태인데 이는 95년 이후 5개가 더 늘어난 것. 경북도는 6개 자매도시 중 4개가, 충북도는 5개 자매도시 중 3개가 민선 이후 맺은 것이다.

전북도는 4개 도시 중 3개가, 전남도는 3개 도시 중 2개가 95년 이후 자매결연한 것이다. 특히 전남도는 자매도시 외에도 95년 이후 행정교류 명목으로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등 외국의 7개 자치단체와 행정협정을 체결했다.

▼교류실태▼

각 자치단체는 ‘해외시찰단’ 또는 ‘사절단’을 구성해 이들 도시와 교류하고 있으나 대부분 생색내기용이나 위로성 해외여행 등에 그치고 있다. 또 자치단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자매결연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그것도 예술단 교환공연이나 어머니 배구대회 등이 고작이다.

올 들어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10개 자매도시와 총 46차례에 걸쳐 상호방문 행사를 가진 부산시도 친선 및 문화교류가 대부분이었다.

비교적 교류 협력사업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전시의 경우 올해 시 관계자와 시의회에서 4차례 자매도시를 다녀왔으나 시장개척 활동 등은 미진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대전시 차준일(車濬一)국제협력과장은 “시장개척 등 실질적인 경제교류로 확대돼야 도시간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자매결연의 의미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일본 시마네(島根)현과 공무원 상호파견근무 및 기능경기단 교류를 통해 나름대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점 및 대책▼

‘주민 혈세’를 투입하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한건주의나 공무원 위주의 교류 등으로 추진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일본 돗토리(鳥取)와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이달 6000여만원을 들여 142명으로 구성된 ‘시민방문단’을 보냈다. 그러나 구성원의 41%인 59명이 공무원이었으며 이 중 35명은 최근 열린 청주인쇄출판박람회 관련 공무원과 부인들로 구성된 부부동반 여행객이었다.

광주시는 97년 현지의 정정(政情)불안 등을 이유로 한 일부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인도네시아 메단시와의 자매결연을 강행했으나 기대했던 경제교류는 미미한 실정이며 전북도의 경우 일본 가고시마(鹿兒島)를 제외하고는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박재율(朴在律)사무처장은 “해외교류사업의 목적이 경제든 문화든 결국 민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이 같은 사업은 관이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전·광주〓조용휘·이기진·정승호기자>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