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원 초중고평가 "초중생들 공부안한다"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0분


초등학생은 방치돼 있다. 중학생은 공부를 안한다. 고교생은 찌들려 있다.

교육 전문가들이 전국 초중고교 현장을 둘러본 뒤 내린 진단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올해 처음 실시한 ‘초중고교 종합평가사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는 창의와 자율을 강조하는 ‘열린 교육’ 실험이 학급당 인원이 40여명인 현실에서 학생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밀 학급에서는 학생들의 수준 차이에 따른 개별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교육 수요자의 권리를 내세워 학부모들이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교육청이 개별 학교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중학교는 구체적인 교육 목표 등 뚜렷한 발전 계획이 없는 가운데 교과목 학습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었다. 2002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 ‘무시험 전형’이 도입돼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식으로 입시 제도가 잘못 알려져 학생들의 학습 열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 결국 ‘놀고’ 있었다.

고교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주요 과목 수업을 위해 다른 교과목 수업을 희생시키고 특기 적성 교육시간에도 입시 공부를 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수행평가도 시험에 주관식으로 출제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고 컴퓨터 비디오 자료 등 새 교재가 보급되었음에도 교사가 칠판에 쓰면 학생들이 받아 적는 옛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부족해 구태의연한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결국 입시 위주 교육에 찌들려 있었다.

이번 평가에서는 일반계 고교 8개교, 중학교 4개교, 초등학교 4개교 등 16개교만 대상으로았고 16개 시도별로 1개 학교를 선정해 학교장 교사 교수 장학사 등으로 구성된 8개 평가단 96명이 5월부터 10월까지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개혁이 변질되고 있으며 교사들이 헌신적이지 않았다”면서 “교육 과정의 본질이나 학생의 성취도보다 교사들의 이해 관계를 먼저 배려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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