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맥' 사이트 논란…변호사-판검사 '친밀도'점수로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57분


소송이 붙었을 경우 변호사를 선택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이런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인터넷 법률정보회사인 ‘로티즌’이 변호사와 판검사의 ‘친밀도’를 점수로 매겨 소개하는 ‘법조인맥 찾기’ 사이트를 열어 관심을 끈다.

‘친밀도’는 해당 법조인과의 지연 학연 등에 부여한 점수를 합산해 높은 점수대로 우선 순위를 정해 놓았다. △같은 지역 출신이면 1점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동기는 각각 1점 △같은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면 근무지별로 각각 2점 △대학 동문은 2점이 부여된다. 고교 동문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고려해 △고교 동문이면 3점 △고교 동기 동창은 최고점인 5점을 부여한다.

김모 부장검사를 예로 들어 보자. 김부장의 친밀도 리스트에는 하모검사가 1위로 나오는데 그는 김부장의 고교 동문(3점)에 춘천 부산 서울지검 등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각각 2점)으로 친밀도 점수 9점을 얻었다. 변호사중에서는 이모 변호사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동기(각각 1점) 같은 출신 지역(1점) 고교 동문(3점)으로 6점을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이 사이트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 판사 및 검사 2000여명의 친밀도 리스트를 작성, 법조계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

송사를 도와줄 변호사를 선임하려 할 때 실력 있고 양심적인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이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로티즌’의 인터넷 홈페이지(www.lawtizen.com)를 찾아 ‘법조인명록’ 항목을 클릭, 원하는 판사나 검사의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판검사의 출신 학교와 경력 취미 가족 관계 등 기본 정보가 나온다. 다시 판검사 이름 옆에 있는 ‘친밀도 리스트’ 항목을 검색하면 해당 판검사의 법조계 인맥 100명의 명단이 친밀도에 따라 차례로 나온다.

이에 대한 법조인들의 반응은 극단으로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법조계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법률 수요자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며 환영하고 있다. 법조 주변의 쓸데없는 브로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법조인들은 “모든 판검사가 인맥 학맥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법조계의 실상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친밀도’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인데 이를 객관적 수치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로티즌’ 관계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법률 정보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법조 인맥에 관한 절대적 기준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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