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들이]김포 5일장 스케치/고향인심 사세요!

  • 입력 2000년 11월 3일 19시 03분


이쑤시개, 손톱깎이, 머리빗, 좀약, 부엌칼, 머리띠….

2일 경기 김포시 사우동 벌판에서 열린 김포장터. 2000여평 규모의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수 백 개의 좌판 사이로 ‘트로트’ 음악이 웽웽거리고 “싸다 싸” 라며 목청을 돋운 채 손님들을 모으는 상인들의 소리 경쟁이 한창이다. 엿장수의 가위소리가 요란하고, 곳곳에서 파는 국수와 막걸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밭에서 정성껏 가꾼 채소를 들고 나온 시골 아낙들, 손자 학용품이라도 사주려고 광주리에 누렁이 새끼 서너 마리 담아온 할머니, 비싸다며 돌아서는 주부의 장바구니를 잡고 한 번 더 흥정하자고 매달리는 생선장수 등…. 정겹기만 하다.

‘배부를 때까지 시식은 무료’라는 땅콩장수에서 ‘죽지 못해 파는 가격’이라며 엄살을 떠는 손수레 옷장수까지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 가사처럼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어야 할 것은 하나도 없는” 곳이다. 물건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흥정하기 나름이지만 시중보다 20∼30% 이상 싼 게 큰 장점.

주말드라이브를 겸해 자녀와 함께 김포 5일 장터를 찾아보면 어떨까.

꼭 무얼 사겠다는 생각이 없더라도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다 보면 해가 언제 저무는지 모른다.

이 곳의 특산물은 반찬 없이 먹어도 꿀맛이라는 김포쌀. 가마(80㎏)당 18만4000원 정도로 시중보다 2∼3% 싸다.

김포농촌지도소에서 자체 개발한 ‘쌀눈기름’도 인기 있는 건강식품. 쌀눈 1㎏을 짜 봐야 140g의 기름밖에 나오지 않아 대량생산은 힘들지만 칼슘 철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150㎖(참기름병 크기)짜리 1병에 1만원, 300㎖짜리는 2만원을 받지만 생산량이 워낙 적어 늦게 가면 그나마 살 수 없다.

개고기는 물론 너구리 노루 등 산짐승도 거래된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잘 어울리는 올방개묵도 특색있는 먹을거리.

새우 인삼 등도 싼 값에 구할 수 있다. 따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인근에 주차할 수 있는 빈 터가 조금 있다.

김포 5일 장터를 떠돌며 잡화를 팔고 있는 이순자씨(47·여)는 “대형 할인매장에 밀려 수입은 예전만 못하지만 넉넉한 시골인심을 그리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아직도 많다”고 말한다.

김포에는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이 곳 김포장 외에도 양촌장(1, 6일) 통진장(3, 8일) 하성장(4, 9일) 등 모두 4개의 장(문의 031―980―2061∼4)이 선다. 이 중 가장 성시를 이루는 김포장과 통진장의 경우 장날 하루 평균 거래액이 6000만∼1억2000만원에 이른다.

▽가는길〓행주대교∼올림픽대로∼김포 강화 48번 국도∼김포시로 들어가 약도를 보고 찾으면 된다.

<김포〓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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