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펀드' 명단]검찰 '정치인 수사' 곤혹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08분


정치인 10여명이 정현준(鄭炫埈)사장의 사설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검찰이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인 ‘벤처와 정치권 유착설’을 파헤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1일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을 의식해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수사책임자인 서울지검 이기배(李棋培)3차장은 “그런 부분이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차장은 ‘아직까지’라는 전제를 달아 상당한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동아일보가 지난달 30일 ‘정펀드 가입 500여명 명단 확보’사실을 보도하자 오전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가 이날 오후와 31일 5, 6개 펀드 가입자 명단 확보사실을 공식 발표했었다.

▽정치인이 실제 전주(錢主)일까〓정치인 관련 부분에서 ‘아직까지’라는 전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 가입 사실은 그 자체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고 이에 대한 확인으로 벌어질 여야 정쟁은 수사 자체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검찰로서는 확인에 또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부분은 명단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치인들이 실제 전주라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 검찰은 명단에 정치인의 실명이 들어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명단에 들어있는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추적중이다. 검찰은 투자자 명단과 관련된 한국디지탈라인의 내부자료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여부와 수사 전망〓이들이 실제 전주라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검찰 고위관계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수사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주가조작이나 로비 등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경우만 수사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투자인지 아닌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들이 누구를 통해 어떤 조건으로 펀드에 가입했으며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장래찬(張來燦)전 금감원 국장의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장씨가 한국디지탈라인을 매입하게 된 ‘고리’는 동방금고 유조웅(柳照雄·미국 도피중)사장이었고 조건은 ‘이익 보장, 손실 보전’이었다.

검찰은 정치인의 경우 금감원 국장보다는 훨씬 더 고급스러운 접근과 조건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정사장과 이부회장 등 핵심관련자들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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