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씨 유서내용 사실과 달라" 前상사부인 이모씨 주장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03분


▼"7억 명의만 빌려줘"▼

자살한 장래찬(張來燦)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장이 유서에서 “재무부에 함께 근무하다가 숨진 상사의 부인에게 평창정보통신 주식 매각대금 7억원을 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인 이모씨(55·여)는 1일 오전 이를 부인했다.

이씨는 이날 경북 구미의 한 사찰에 머물고 있다가 기자를 만나 “장 전 국장이 내 명의 등을 빌려 7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했을 뿐”이라며 “장 전 국장이 준 7억원 중 5억원은 내 명의로, 2억원은 친구 명의로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을 매입했다가 나중에 처분한 뒤 그가 요구한 모 상호신용금고에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장 전 국장이 3월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 주가가 5만∼10만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해 내 돈과 주변에서 빌린 돈 등으로 주당 3만5200원에 이 업체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식 매입 직후부터 주가가 내려 결국 9월 매입가의 10% 정도인 3600원에 모두 팔았다”면서 “빌린 돈을 갚고 나니 재산을 탕진한 셈이 돼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방만 구해주고 구미의 절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 전 국장이 자신에게 잘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끌어 들였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울먹였다.

한편 이씨는 이날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서울지검 직원들과 함께 상경했다.

〈구미연합〉

▼前상사 부인 이모씨 문답▼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옛 직장 상사 부인인 이모씨(55)는 1일 경북 구미의 한 사찰에서 “장전국장은 후원자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의 엉터리 정보 때문에 내 재산을 모두 날렸다”고 말했다.

―장전국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았나.

“7억원을 나에게 ‘맡겼다’는 표현이 맞다. 그는 내 명의를 빌려 주식 투자를 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푼도 생활 보조금 등을 받은 적이 없다.”

―장전국장의 덕을 본 게 있는가.

“무슨 소리냐. 그의 엉터리 정보 때문에 내 재산을 다 날려 버렸다. 그가 원망스럽다. 그가 3월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을 사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해 주변에서 끌어 모은 돈으로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장전국장이 왜 당신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나.

“나도 궁금하다. 그가 나에게 해 준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내가 재력이 있으니까 자금출처를 끼워 맞추기 위한 것 같다.”

―최근 장전국장으로부터 연락이 있었나.

“지난달 10일 이 절에 온 뒤 지난달 30일 오후(장씨의 자살 전날)까지 계속 전화가 걸려왔다.”

―대화 내용은….

“장 국장은 ‘도와달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징역 9년을 받게 되는데 도와주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며 사정했다.”

―도와주기로 했나.

“그가 주장하는대로 돈 액수를 끼워 맞춰 주려고 했으나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사실대로 밝히자’고 했고 마지막에 장전국장도 포기한 듯 ‘도저히 금액을 맞추지 못하겠다. 사실대로 밝혀라’고 말했다.”

―장전국장에게 부탁한 일이 있나.

“그에게 주식 정보를 알려 달라거나 주식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전혀 없다.”

―장전국장을 알게 된 것은….

“남편이 재무부 근무 시절 좋아하던 부하 직원으로 알게 됐다. 93년 남편이 숨진 뒤 그가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명절이나 제사 때 집으로 찾아오곤 했다.”

―다른 할 말이 있나.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 나는 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도 피해자일 뿐이다.”〈구미연합〉

▼보상? 보관? 7억 '주인'은…▼

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전국장이 유서에서 언급한 이모씨(여)가 주식 투자와 관련해 주장하는 내용은 일치하는 부분도 있으나 상이한 부분도 많다.

먼저 투자 경위. 장씨는 자신과 친구가 마련한 돈으로 1월 평창정보통신 주식 2만3000주를 매입했다가 되팔아 6억3600만원을 벌었다. 장씨는 이 돈이 포함된 7억원을 이씨에게 수표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씨는 장씨가 자신에게 7억원을 준 것이 아니라 장씨의 부탁으로 일시 보관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3월 장씨의 말에 따라 한국디지탈라인(KDL)주식 19000주를 주당 3만5200원에 사는데 사용했으며 나중에 주식 매각 대금을 장씨가 지정한 모 상호신용금고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자신이 따로 조성한 돈으로 같은 주식을 주당 3만5200원에 대량(장씨는 7만주라고 주장)매입했다. 그러나 주식값이 폭락해 매입된 모든 주식은 9월경 주당 3600원에 매각됐다.

구분장래찬씨이모씨
평창정보통신주식매입과 매각(2만3000주 관련)이씨 돕기위해 주식투자 투자 이익금 7억원 이씨에게 줬다장씨가 내 이름 빌려 투자 장씨가 7억원을 준 것이 아니라 맡겼다
한국디지탈라인주식투자
(1만9000주 관련)
내가 준 7억원으로 이씨가 투자 이씨가 5억 손실보상요구 이씨도 보상받았을 것 한푼도 받지 못했다장씨가 맡겨둔 7억원으로 투자 손실보상을 요구한적 없다 손해보고 재산만 날렸다 처분대금 장씨에게 송금

장씨는 “이씨를 돕기 위해 투자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씨는 “장씨가 내 이름을 빌려 투자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장씨는 “이씨에게 정보를 전달해 이씨가 KDL주식에 투자했고 이씨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씨는 “장씨의 돈으로는 장씨가 투자를 했고 내 돈으로는 나의 투자를 했으며 나는 손실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중요한 것은 장씨가 동방금고에서 되돌려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보상금 7억원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씨를 위한 것인지에 있다. 이씨는 7억원을 되돌려 받은 적이 없고 자신은 손해만 보았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날 출두한 이씨를 상대로 이같은 주장 차이와 함께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를 조사했다. 이씨와 장씨가 그 이전부터 돈을 주고받은 관계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장씨가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자신을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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