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사설펀드' 가입자 與실세등 정계 10명 확인

  • 입력 2000년 11월 1일 03시 00분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는 31일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이 벤처기업 주식 매입 등을 위해 설립한 사설펀드에 여권의 실세 등 정치인 10여명이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관계 인사 수사〓이들 정치인은 민주당 실세인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 원외의 K씨 등이며 차관급인 P씨, 검찰 고위간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관련사실을 부인해왔다.

검찰은 또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 외에 금감원의 국장급 간부 1명이 정사장측으로부터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경우 로비대가로 가입한 것인지, 투자 차원에서 가입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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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정사장측으로부터 주식을 받은 금감원 간부는 직무와 관련해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소환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사장과 비서실장 이모씨 등 측근들이 800억원 규모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대신금고 이수원 사장(44)에 대해 정사장 등에게 105억여원을 불법대출해준 혐의(배임)로 구속했다.

▽사설펀드 수사〓검찰은 70억원대 규모의 ‘알타펀드’ 외에 추가로 3, 4개 사설펀드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확보된 펀드 명단은 5, 6개 펀드에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배(李棋培)서울지검 3차장 검사는 “이들 펀드는 여러 명이 단체로 가입한 경우도 있고 개인이 가명과 차명을 사용해 투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펀드명단과 가입경위 등을 상세히 조사해 가입 과정에서 로비나 유착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그러나 선의의 투자자나 가입자에 대해서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의 개인회사인 S팩토링의 오모 이사를 소환해 사설펀드 설립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려 했으나 오이사가 출두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수백억원대 회사자금 횡령〓검찰은 “정사장과 비서실장 이씨, 또 다른 측근 이모씨와 강모씨 등이 인수합병한 회사명의의 수표를 발행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들은 빼돌린 돈을 개인명의로 다른 회사에 투자하거나 술값 등 유흥비로 썼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서실장 이씨 등 3명에 대해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금융감독원 로비 수사〓검찰은 이날 대신금고 특별검사와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저가발행 문제를 조사했던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김모 검사역과 조사총괄국 정모 팀장 등 관계자 4, 5명을 소환해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39)이 BW를 발행, 측근을 통해 정현준사장에게 건네고 정사장이 이를 토대로 10억여원대의 로비자금을 만들어 이경자부회장에게 현금 10억원을 전달하는 수법으로 금감원에 대한 로비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BW 발행과 전달에 관여한 장성환 사장의 측근 김모씨와 KDL 김모 감사 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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