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금 불법대출]이경자-정현준씨 구속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55분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는 27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 부회장과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 사장이 동방금고 등에서 각각 431억여원과 124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과 상호신용금고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영장실질심사는 신청하지 않았다.

검찰은 해외로 도피한 동방금고 유조웅사장과 잠적한 대신금고 이수원사장을 수배했으며 이부회장 등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대출에 공모한 관련자들을 추가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부회장 등의 혐의 및 불법대출 은폐의혹 수사〓구속영장에 따르면 이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동방금고에서 담보도 없이 지모씨 명의로 28억원을 대출받는 등 8월까지 17회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431억5000만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다.

정사장도 같은 수법으로 6월부터 9월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동방금고와 대신금고에서 124억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다.

검찰은 금감원이 계좌추적을 통해 밝혀낸 이부회장 등의 불법대출 금액과 불법대출 주도자 등이 실제 불법대출 상황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금감원 관계자를 소환해 그 경위를 조사중이다.

금감원은 “불법대출 총액은 637억원이며 이 가운데 494억원이 정사장과 그의 계열사 명의로 대출됐고 143억원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25일 발표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이 발표한 금액 중에는 불법대출이 아닌 금액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금감원이 발표한 것 외에 새로 밝혀진 불법대출 금액이 상당액 더 있다”고 말했다.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검찰은 불법대출자금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이 돈의 일부가 금감원과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제공됐는지를 수사중이다.

검찰은 또 “코스닥 등록회사인 유일반도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된 민원해결 대가로 10억원의 로비자금을 금감원 로비용으로 이부회장에게 제공했다”는 정사장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KDL 주식을 샀다가 손해본 것을 채우기 위해 이부회장 등으로부터 3억5900만원을 챙기고 정사장의 사설펀드에 1억원을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래찬(張來燦·53)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의 재산명세를 입수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장 전국장 외에 금감원 전 현직 간부들의 로비혐의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 전국장에게 건네졌다는 3억5900만원중 일부가 제3의 인물에게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정사장의 사설펀드에 가차명으로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금감원에서 펀드가입자 명단 20여명을 넘겨받아 신원을 확인중이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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