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檢 ‘총선 편파수사’ 공방

  • 입력 2000년 10월 22일 00시 52분


한나라당의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상당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던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지검의 사법연수원 20기(사시 30회·88년 합격) 이하 출신 검사 20여명과 서울지검 산하 5개 지청 소속 일부 검사들은 20일 기수별 모임을 갖고 탄핵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검사들은 야당의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발의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정치 공세’라고 성토했으나 상당수 검사들이 성명서 발표와 연판장 등 집단행동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섣불리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조직 이기주의로 비치거나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탄핵안이 상정될 때까지 의견 수렴만 하자는 신중론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의 평검사 30여명도 이날 저녁 부산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집단행동은 추이를 보아 가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대검과 일선 지검의 간부들도 이번 사태가 정치권과 검찰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 비치고 있는데다 여론도 검찰측에 별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일선 검사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대검 공안부(이범관·李範觀검사장)는 21일 4·13총선 선거사범 처리와 관련한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 선거사범 수사가 ‘편파 수사’였다는 야당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기소된 당선자수만을 들어 편파 수사라고 하는 것은 근거없는 논리”라며 “기소된 당선자 숫자는 한나라당 15명, 민주당 10명으로 야당이 많지만 당선무효 판결이 나올 수 있는 당선자 가족 및 회계책임자의 기소 숫자는 오히려 민주당 9명, 한나라당 6명으로 여당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16대 총선사범 전체에 대한 정당별 입건 및 처리 현황(총 입건 3749명, 구속 132명, 기소 1537명)도 △민주당 입건 858명, 구속 26명, 기소 358명 △한나라당 입건 630명, 구속 18명, 기소 289명 △자민련 입건 299명, 구속 17명, 기소 143명으로 세 부문 모두 여당이 가장 많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검찰의 편파 수사를 지적했는데도 검찰이 아전인수식의 꿰맞추기 숫자 놀음을 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오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당선자 가족 및 회계책임자 기소 건수의 경우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많다는 검찰 해명에 대해 “민주당은 14명이 입건돼 9명(64.3%)이 기소됐고 한나라당은 6명이 입건돼 6명 전원이 기소됐다”고 반박했다.

<이수형·송인수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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