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화재 참사 주부종업원들]"생활苦만 아니었다면…"

  • 입력 2000년 10월 19일 23시 59분


"아이들은 어떻게 살라고 혼자만 훌쩍 떠나갔니…."

19일 낮 12시경 경기 성남시 성남병원 영안실. 성남동 아마존 단란주점 화재참사로 숨진여종업원등 4명의 사체가 안치된 이곳에는 유족들의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 주점 화재로 숨진 여종업원 6명중 4명이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30,40대의 주부나 이혼녀 등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까깝게 만들고 있다.

먼저간 동생 유모씨(37)의 주검 앞에서 울다 지친 언니(44)는 긴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언니는 "그 애가 생활이 어렵지만 않았어도 이런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유씨는 중학교 1학년 딸(13)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9)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나 4년전 이혼하고 아이들을 맡으면서 생활은 쪼들리기 시작했다. 살던 집을 떠나 보증금 800만원에 월 20만원을 내고 단칸방에 아이들과 보금자리를 꾸몄다. 그러나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식당주방과 호프집 종업원, 일식집과 야식집등을 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다. 더 벌어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유씨는 결국 술집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동료 여종업원은 "룸살롱에 나가는 젊은 여자들이야 즐기고 돈도 벌러 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미시클럽에 나오는 여자들은 누가 강요해서 나오는 경우는 적다"며 "어렵다 보니 대부분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씨와 함께 숨진 임모씨(43)는 재수생 중학생인 딸 두명,이모씨(37)는 초등학생인 딸 한명을 남겨놓았다.이들은 하루 3만∼5만원정도의 팁으로 힘겹게 가정을 이끌어가는 여성들이었다.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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