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조례 운동' 나섰다…"의회비리 막자"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지방의회 의원들의 각종 비리와 권한 남용 등이 잇따르자 여기에 제동을 걸려는 지역 시민단체 등의 캠페인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서는 의원들의 직권 남용과 뇌물 수수, 불필요한 해외 연수 등을 막기 위한 조례 개정안을 농민단체가 만들어 제출했는가 하면 대전 서구에서는 잇따른 ‘러브호텔’ 건축 허가를 가능하게 만든 조례를 개정하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앞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직무 일탈 행위’를 감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경북 안동농민회, 市의회에 윤리강령-징계조례 제정 압력▼

경북 안동시농민회(회장 전중렬)는 시의원들의 각종 비리와 직권남용, 품위 손상 등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윤리강령 및 실천규범과 ‘의원 징계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어 안동시 의회에 최근 제출, 이를 조례로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사회단체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 등을 막기 위한 조례 제정안을 만들어 제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조례안은 시의원이 품위를 유지하고 의회 활동 결과를 시민에게 공표, 부정한 이익 도모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시민 3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윤리 심사 및 징계대상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윤리강령 및 실천규범은 △품위 유지 및 직권남용 금지 △직무 관련 금품 취득 금지 △외유 및 부당기부행위 금지 △성실한 회의 출석 등을 명시하고 있다. 농민회는 의회 내에 시민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 시의원들의 자격과 윤리를 심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민회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 제출은 시의회가 진정한 시민들의 대표기구로 정착되도록 하고 시민들이 시의회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시민운동의 일환”이라며 “시의회가 이를 채택할 때까지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안동〓이혜만기자>hamlee@donga.com

▼대전 서구 환경단체, 졸속조례 개정 캠페인▼

“본 조례는 국토이용계획 취지에 어긋나고 환경오염 주변경관훼손 미풍양속 저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데다 어느 자치구에도 이런 조례가 없으므로 부결해야 합니다.”

“부결안에 찬성하는 의원님 계십니까? 찬성하는 의원이 없으므로 가결합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대전 서구의회 사회건설위 속기록의 일부 내용이다.

대전 서구청이 장태산 인근 ‘용태울’계곡에 러브호텔을 잇따라 허가해줘 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서구의회가 전국 광역시 자치구로서는 유일하게 준농림지역 내에서 러브호텔 건축을 가능하게 한 조례를 졸속 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청과 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이용관리법의 관련조항이 ‘준농림지역 내에 숙박업 등의 설치는 조례가 정할 경우 가능하다’는 취지로 개정되자 의원들이 나서 ‘대전서구 준농림지역 내 숙박업 등의 설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일부 의원이 ‘자연환경 보전과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시설’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으나 충분한 토론 없이 통과된 것으로 속기록에 나타나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처장은 “조례 통과 한달여 만에 기다렸다는 듯 ‘용태울’계곡에 러브호텔 허가가 잇따라 난 것은 석연치 않다”며 “대전시의 허가취소 방침과 별도로 조례 개정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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