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범이 야속해요" 백령도민 어획고 급감 울상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08분


“물범이 늘어나면서 물고기 잡기가 정말 힘들어졌어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이 인근 물개바위 등에서 서식하고 있는 물범(천연기념물 제331호)들이 우럭 농어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어획량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령도 물범은 93년 6월 환경부 생태조사팀 조사에서 300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최근 500여 마리로 불어났다는 것이 어민들의 얘기. 물범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 사이의 물개바위에서 주로 서식했으나 최근에는 연봉바위 형제바위 등 백령도 주위로 옮겨와 물고기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부두횟집 주인 김명산씨(72)는 “어족이 고갈되고 있어 백령도 횟집에서는 대청도와 소청도에서 물고기를 사와 팔고 있으나 요즘은 대청도 소청도 해안에서도 물범들이 쉽게 발견돼 머지않아 백령도 주위 섬에서는 물고기가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어민들은 물범이 어망에 든 까나리 등을 잡기 위해 그물을 뜯어놓아 거의 매일 어망을 손질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민 최종남씨(54)는 “까나리를 잡으려고 5월에 어망을 설치하면 물범들이 어망별로 두세 마리씩 무리지어 주변을 맴돈다”며 “하루 10㎏ 이상을 먹는 물범이 크게 늘면서 낚시를 해도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령도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데다 먹이가 풍부해 물범이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백령면장 김두현씨(50)는 “어족이 고갈되고 어망이 파괴되고 있긴 하나 천연기념물인 물범을 잡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했다.

<백령도〓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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