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한보은닉 809억 정리채권으로 인정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7분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安泳律부장판사)는 27일 국가가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이 정태수(鄭泰守)전 한보그룹 총회장에게 빌려준 809억원을 정리채권으로 인정해 달라”며 ㈜한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가는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재판부는 “한보측은 정 전총회장의 대여금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의 의사를 표시했고 노 전대통령이 한보에 대한 채권을 포기했다거나 돈을 빌려준 과정이 불법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한 만큼 이 금액을 정리채권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보는 노 전대통령이 93년 9월 정 전총회장에게 599억여원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정씨의 보증을 선 뒤 97년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국가는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해 원금과 이자를 합해 모두 800여억원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했으나 한보는 회사규정을 들어 정리채권 전액을 부인해 왔다.

노 전대통령은 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모두 2628억여원의 추징금을 확정선고받은 뒤 지금까지 1742억여원을 추징당한 상태. 검찰은 미납된 886억원을 받아내기 위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동생 노재우(盧載愚)씨, 쌍용그룹 김석원(金錫元)회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을 내거나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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