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원씨 내주초쯤 소환…대출외압 수사 급류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한빛은행 및 신용보증기금 사건과 관련, 외압의혹을 받아온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이 20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외압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수사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박 전장관에 의한 외압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신용보증기금 이운영(李運永·52) 전 영동지점장은 21일 검찰에 자진출두할 예정이다. 따라서 박 전장관은 이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끝나는 다음주 초쯤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 사건은 지금까지 한빛은행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본청이 아닌, 서울지검 동부지청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지점장 재직시 1300만원의 대출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출두하는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수뢰혐의(신용보증기금 직원은 공무원 간주) 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뢰 혐의가 조작됐다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당사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관련 장부 등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이씨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기소)씨 형제로부터 대출보증 요구를 받는 과정에서 외압이 가해졌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이르면 이번 주말경 최수병(崔洙秉)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손용문(孫容文·현재 전무)전 이사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장관에 대한 수사 초점은 △지난해 2월 이씨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아크월드에 15억원을 대출보증해주라고 압력을 가했는지 △지난해 4월 사직동팀에 이씨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이어 최 전이사장에게 이씨의 사표를 받도록 했는지 등이다.

박 전장관은 또 한빛은행 불법대출과 관련해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에게 대출청탁 또는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도 조사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장관의 대출외압 의혹도 통화기록 등을 입수해 조사하면 이씨가 주장하는대로 박 전장관이 대출보증 압력 전화를 했는지 여부가 쉽게 밝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 전장관을 사법처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설사 전화를 한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처벌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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