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주변 시위, 집회 금지는 정당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33분


외국대사관 근처에서 옥외 집회를 열 수 없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100m 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시위 금지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영태·金永泰부장판사)는 28일 “외국대사관 주변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전국연합측이 ‘100m 룰’(집시법 11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의뢰해달라고 한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국연합측은 집회의 내용과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대사관 등으로부터 시위장소까지 100m의 거리제한을 둔 것은 외교기관을 보호할 필요성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범위를 적절히 조절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100m 룰’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소송을 준비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조용환 변호사는 “외교기관을 보호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이유로 한국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며 “정당한 집회 시위 때문에 외교기관이 피해를 본다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연합은 2월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6·25전쟁 당시 미군의 양민학살 진상규명 규탄대회’를 열려고 했으나 집회장소가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 있다는 이유로 집회신청서가 반려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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