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치료해주며 월급도 줍니다"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32분


“그건 풀이고, 이게 엊그제 심은 상추 새싹이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율동공원 한편에 자리잡은 ‘성남 발달장애 전환교육센터’(019―241―5745)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있다. 주인공들은 김관양 성남 대원초등학교 특수반 교사(42)와 김씨를 돕는 자원봉사자 등 5명 및 20대의 발달장애인 3명.

21일 오전 10시경.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맨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 쭈그려 앉은 김선생과 장애인들은 애타게 기다리던 새싹이 나왔다며 기뻐했다.

김선생이 6월초 성남시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1100평의 땅에 사재(私財) 20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짓고 풀밭을 개간해 만든 이 곳은 문을 연 지 5일밖에 안된 발달장애인들의 직장이다.

이들은 김선생의 지도를 받아 갖가지 채소를 길러 내다 팔면 그 수익금으로 월급도 받을 예정. 김선생은 우선 사람마다 최저 생계비인 36만원을 줄 계획이다. 오전9시 출근, 오후5시 퇴근. 이를 위해 장애인들은 우선 출퇴근 교육을 받는다. 아직 출근은 부모들이 시키지만 퇴근은 교사들이 일반 버스를 태워주면 부모들이 정류장에서 이들을 맞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상적인 인지(認知)와 행동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이 곳에서 한글과 숫자 공부는 물론 롤러스케이트, 자전거 타기, 사물놀이, 등산, 영화보기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갖가지 훈련을 받고 있다. 일반인과 함께 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일부러 화장실도 따로 만들지 않았다. 김선생은 “애들이 어느 곳을 가든 화장실 이용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화장실 이용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사회적응훈련이 분리된 기존의 장애인 교육과는 달리 교육과 직업, 사회적응 훈련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환교육인 셈이다.

이같은 시도는 10년에 걸친 김선생의 장애인 교육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그는 94년부터 자비를 들여 교육실습장으로 운영한 주말농장에서 이들이 농사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터득했다. 분당으로 옮기기 직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500평의 밭에서는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 등 10여 가지 채소를 심어 하루 2만∼3만원씩의 수확을 올리기도 했다.

김선생은 “발달장애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독성물질인 환경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이 자연 속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일은 치료 행위인 동시에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50·성남시 중원구 은행동)는 “아이가 특수학교 졸업반이지만 학교를 마치고도 마땅히 갈 데가 없어 큰 걱정을 했는데 이제 직업을 가진 어엿한 사회인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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