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 정부案 거부…폐업 계속키로 결의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정부 여당은 23일 당정회의를 열고 의료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의료개선안을 발표했으나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거부하고 집단폐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 경영자들로 구성된 대한병원협회는 “환자들의 고통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날 오후부터 외래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집단폐업을 주도하고 있는 의권쟁취투쟁위원회도 이날밤 응급의료단을 구성해 서울대병원 등 전국 주요병원에 파견하기로 하는 등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의사협회의 경우 정부안 수용거부 결정과정에서 상당수의 의사들이 정부안 수용을 주장하는 등 강온양론이 맞섰다.

이에 따라 나흘간 계속된 집단폐업사태는 의료계가 분열되는 혼조 양상을 보이면서 파행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집행부회의와 전국대표자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부안 수용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수용거부를 결의했다. 의협은 당초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의권쟁취투쟁위원회와의 회의를 거치면서 강경노선으로 변했다.

이에 앞서 정부 여당은 당정회의에서 7월1일부터 예정대로 의약분업을 실시하되 내달 초 의약분업 시행평가단을 구성, 3∼6개월간의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평가단은 약 낱알 판매로 인한 임의조제의 문제점을 파악, 올 정기국회 회기내에 약사법을 개정하고 대체조제에 대해서는 의료기관과 약국대표가 참여하는 지역협력회의를 통해 이를 금지하도록 의약 양측간의 합의를 유도해 내기로 했다.

또 저보험료 및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적자해소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재정지원을 포함한 의보수가 현실화방안을 9월말까지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의대정원을 동결하고 레지던트 인턴 등 전공의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병원협회의 결정에 따라 23일 문을 연 병원들은 그동안 폐업으로 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30∼300병상 규모의 중소 병원들이다. 우리나라의 병원(의원 제외)은 모두 875개로 이 중 30∼300병상 규모는 722곳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의원 1만9134곳 중 85.4%가 폐업했다고 밝혔다.

<정성희·정용관기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