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술판' 각계 반응]"386 새정치가 고작 이거냐" 분노

  • 입력 2000년 5월 25일 23시 48분


민주당의 ‘386세대’ 등 나름대로 개혁 성향으로 알려졌던 국회의원과 당선자들의 ‘광주 술판’ 파문에 대해 25일 네티즌들은 분노를 넘어 ‘좌절’에 가까운 의견들을 토로했다.

▼임수경씨 "글올린건 사실"▼

○…386세대 모임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의 인터넷 게시판에 24일 오전 처음 ‘광주 술판’에 관한 글을 띄운 임수경(林秀卿·32)씨는 25일 밤 전화통화에서 “게시판에 (비슷한 종류의)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몇시간 뒤 삭제됐다”며 “현재 익명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은 논조나 내용으로 보아 당초 내가 쓴 것과는 몇 부분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술판 파문의 당사자들이 정말 그날 여종업원들과 어울렸느냐’는 질문에 임씨는 “당사자들에게 직접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문제의 당사자들과 몇 차례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밝히기를 거부했다. 다만 “당사자들은 내가 익명으로 문제의 글을 올렸고 사실을 과장했다고 호도하지만 나는 익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PC통신 비난 봇물▼

○…민주당 김민석의원의 홈페이지(www.ms2030.or.kr)에는 25일 네티즌들의 질타 섞인 글이 300건 이상 게시됐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예빙엄마’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주부는 ‘아이에게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예전엔 독재의 칼날과 사람답지 않은 세상에 내 아이를 낳기 싫었는데 지금은 당신들 같은 위선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며 분노했다.

‘망할 것’이란 필명의 한 네티즌은 ‘XX놈, 새천년민주당의 개혁보다 새천년 NHK 가라오케가 좋았냐!’는 제목의 비난 글에서 당사자들의 해명을 촉구했다.

송영길당선자의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비난 의견이 쇄도했으나 시스템운영자가 이를 즉각 삭제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등 PC통신 게시판에도 ‘가짜 개혁파’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긴 마찬가지. 천리안 게시판에 자신의 신분을 ‘YYC2000’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만약 알려진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데모라도 해야 한다. 아무리 한 순간의 실수였어도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동아닷컴(www.donga.com) 등 언론사 게시판에도 분노에 찬 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졌다. ‘kkk’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우리는 또 하나의 희망을 잃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너무 슬퍼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17일부터 19일까지 광주에서는 시끄러운 음악도 삼갈 정도였다”며 “더 이상 기대도 관심도 없다”며 절망을 표시했다.

○…이 술자리에 합석했던 시인 박노해씨는 “통신에 띄워진 내용처럼 그렇게 불건전한 자리는 아니었다”며 “내용이 주관적이고 과장돼 있으며 ‘사실’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물의가 빚어진 사실 자체는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측 곤혹…당황…▼

○…민주당 당직자들은 25일 ‘광주 술판’ 사건의 파문을 지켜보며 “386세대는 물론 당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여권 핵심부는 술자리 파문이 인터넷에 오른 직후 당사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하며 “어쨌든 경솔한 일이었다”고 질책했다는 후문.

김민석의원 등 술자리에 참석했던 당사자들도 이날 상호 연락을 취한 뒤 공동 명의로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당황한 표정이 역력.

이 가운데 일부는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현장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30여분만에 자리를 떠 상황을 잘 모른다” “여종업원 2명 정도가 들락날락하며 서빙을 했지만 옆자리에 끼고 먹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386세대가 새정치다, 개혁이다 하며 설치다 언젠가 사고칠 줄 알았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문제의 술집 ‘새천년 NHK’는 광주 중심부인 동구 금남로 1가 전남도청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유흥주점.

관할 동구청에 따르면 “유흥업 허가를 내고 영업중인 광주시내 중심가 술집 가운데 B급으로 최고급 호화업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이 머물렀던 ‘N’실은 이 업소에서 가장 넓은 8평 크기로 좁게 앉으면 20여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당일 술자리에 동석한 여종업원은 모두 3명으로 이들은 심부름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놀고 즐기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꽤 많은 술이 들어갔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술자리는 아니었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하는 상황.

이날 술값은 이들 의원들의 방에서 180만원, 수행원 5, 6명이 자리했던 다른 방에서 50여만원 등 모두 230여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승훈·이헌진·이승헌기자·광주〓김권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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