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히로뽕 사범' 강압수사 의혹

  • 입력 2000년 5월 15일 01시 03분


일선 경찰관들이 마약 판매 혐의가 있다며 한 시민을 야산으로 끌고 가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고문수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현모씨(45·골재업·경기 동두천시 생연2동)는 “12일 오후 10시경 서울 청량리경찰서 김모경사(47) 등 경찰관 4명이 ‘의정부시 의정부동 G단란주점에서 히로뽕을 판 혐의가 있다’며 나를 승용차에 태워 강제 연행했다”고 14일 주장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도 같은 주장을 했다.

현씨는 경찰관들이 자신의 얼굴에 마대를 뒤집어씌우고 손목에 수갑을 채운 채 경기 연천군의 야산으로 끌고 가 오후 11시경부터 13일 오전 3시경까지 약 4시간 동안 고문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현씨를 미리 파놓은 것으로 보이는 깊이 1m, 지름 2m 가량의 웅덩이에 집어넣고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했으며 두 팔과 두 다리 사이에 막대기를 끼워 조르는, 이른바 ‘날개 꺾기’ 등의 고문을 4차례나 했다는 것.

현씨는 고문에 못이겨 마약을 건네준 사람을 허위 자백했으나 경찰이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혐의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자 오전 6시반경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은 “히로뽕 사범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인 현씨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는 첩보가 있어 연행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지만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하거나 고문은 하지 않았다”며 현씨의 고문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날 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여 고문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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