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인회 '소비자만족大賞' 돈받고 뽑았다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24분


63년 설립돼 소비자운동을 해온여성단체인 한국부인회 간부들이 ‘소비자만족상’ 등을 미끼로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반부패특별수사반(부장검사 조영수·趙永秀)은 10일 한국부인회가 마련한 ‘소비자만족대상’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관련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97년 당시 이 단체의 소식지 편집국장 전승희씨(38·여·현 한국여성신문 발행인)와 돈을 건넨 A사 홍보이사 이모씨(44) 모광고대행사 대표 차모씨(53) 등 3명을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를 미끼로 금품을 주고받은 한국부인회 등 소비자단체 및 기업체 관계자 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소비자만족대상의 선정위원이던 K대 김모 명예교수(66) 등 12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97년7월부터 10월까지 A사 관계자로부터 모두 4억7500만원을 받고 한국부인회가 주최하는 ‘1997 소비자 축제행사’에서 이 회사의 치약을 소비자만족상 수상품으로 선정해주는 등 같은 명목으로 9개 기업 관계자들부터 95년부터 97년까지 모두 11억71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전씨에게 금품을 건넨 기업체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전씨가 경제부처 고위관료의 조카임을 알고 전씨에게 접근, 돈을 건넸으며 이 중에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로 제소된 기업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유진희씨(42·여·구속)도 제품 불매운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A사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한국부인회의 전 총무부장 김정애씨(43·여·구속) 등 일부 간부들은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과 회원들로부터 모집한 수재의연금 등 4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부인회 노원지부장 차경자씨(48·여·구속)는 공공근로사업과 관련, 공공근로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치 일을 한 것처럼 꾸며 1100만원 정도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소비자단체의 소비자만족상 시상 행사의 공정성 문제와 소비자단체 간부와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한국부인회는 어떤 단체인가

한국부인회(회장 박원임·朴元任)는 여성의 자립심을 고취시키고 잠재능력을 계발한다는 취지로 63년10월 서울에서 설립됐다.

이 단체의 설립목적은 여성차별이 심하던 당시 상황에서 기술화 정보화의 발전에 발맞춰 여성의 능력 계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남녀 평등을 이룩하고 합리적 소비로 복지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것. 현재 전국 16개 시도지부에 120만명의 회원이 있다.

부인회가 펼치는 주요 사업은 △남녀 평등에 관련된 세미나 개최 등 여성권익신장사업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어린이집 운영 등 사회복지사업 △건전한 소비생활운동을 통한 소비자보호사업 등이다.

한국부인회 관계자는 전승희씨와 관련해 “95년부터 우리 단체에서 소식지 만드는 일을 했는데 우리 단체의 설립목적과 달리 소비자만족상 등 영리사업을 하다가 물의를 일으켜 98년5월 단체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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